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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용 수사심의 요청 무시하고 영장 청구한 검찰

검찰이 4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에게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절차 가운데 하나다. 다만 이번 경우는 이 부회장 등이 기소 타당성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해 달라며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에 신청을 낸 직후여서 검찰이 수사심의위 절차를 의식해 서둘러 영장을 청구했다는 인상을 줘 유감이다. 신청이 이뤄지면 관할 검찰청의 검찰시민위원회, 대검찰청의 수사심의위까지 길게는 한 달 이상 걸리고, 사건기록만 20만쪽에 달하는 이번 사건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절차가 진행 중일 때는 검찰 수사가 사실상 일시 중단되고 영장 청구 등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삼성 측이 신청을 내자 검찰 내부에선 “한 방 먹었다”는 말이 흘러나왔고 심의위로 회부되기 전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는 공평하고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속영장 청구는 더욱 그렇다. 수사 기관이 제도상의 문제 같은 외적 요인 때문에 이런 절차들을 서두른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 더욱이 검찰수사심의위 제도는 2018년 문무일 검찰총장 당시 국민적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피의자에게도 신청 권한이 있다. 검찰이 혹 불만을 갖고 있더라도 이미 8차례 전례가 있었던 제도라면 존중하고 규정을 따르는 게 마땅하다.

엄연히 존재하는 절차를 비켜가거나 무력화할 목적으로 영장 청구를 서둘렀다면 공정성의 문제를 야기한다. 영장 청구가 수사상 필요 때문이라기보다 보복적 성격으로 이해될 수 있고, 수사 권한이나 영장 청구권을 임의로 휘두른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삼성 사건은 국민의 관심이 큰 사안이다. 그럴수록 필요한 절차를 지키는 가운데 차분하면서도 엄밀하게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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