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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 민주당, 177석에 취한 건가

라동철 논설위원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야당 몫
핵심 상임위원장 차지하려고
고압적 태도로 일관
금태섭 징계·윤미향 감싸기·한명숙 사건 재조사 거론도
오만하고 독선적인 행태
‘겸손’ 강조하던 총선 직후
그 마음으로 돌아가
협치·상생의 정치 만들어야


177석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대야 관계나 당내외 사안에서 연신 고압적이고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과의 개원 협상에서 우격다짐 식으로 야당을 압박해 국회 파행을 자초하고 있다. 교섭단체 간 상임위원장 배분에 합의한 후 첫 임시회를 열어 의장단을 선출해 온 전례를 무시하고 5일 본회의를 소집해 제21대 국회 의장단을 선출할 예정이다. 원 구성 합의가 안 됐다며 반대하는 통합당을 배제하고서라도 갈 길을 가겠다고 작정한 듯하다. 5일 회의가 열린다면 1994년 국회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국회 개원 회의가 제1야당 불참 속에 열리게 된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법에 정해진 날짜에 국회를 여는 것은 결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정치의 근본을 바로 세운다는 비장한 각오로 법이 정한 날짜에 국회를 열겠다”고 했다. 국회법에는 총선 후 첫 임시회는 의원 임기 시작 7일 이내에 열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5일이 법정시한이다. 하지만 13대 국회 이후 이를 지킨 적이 한 차례도 없다. 상임위원장 배분까지 합의가 돼야 개원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원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차지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두 자리는 야당이 맡아 온 게 관행이었는데 이번에 민주당이 ‘표결에 의한 18개 전 상임위 독식’까지 거론하며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국민이 기대하는 협치, 상생의 정신은 온데간데없다.

“그나마 몇 되지도 않는 야당 몫의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해서 의회 독재를 꿈꾸는 것입니까?” 이 말은 통합당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2009년 당시 소수 야당이던 민주당의 노영민 대변인(현 대통령 비서실장)이 과반 의석을 앞세워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하려는 한나라당을 비난하며 한 말이다. 처지가 바뀌었다고 태도가 돌변하는 게 민주당은 민망하지도 않나.

민주당은 코로나19 사태와 경제 악화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처리 등을 위해 국회가 법정시한에 맞춰 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국회가 조속히 문을 열어 국가적 위기 극복을 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그게 정말 절실하다면 민주당이 양보하면 된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원 구성 협상에서 합리적인 자세로 임할 경우 질병관리청 승격과 3차 추경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의석이 압도적 우위라 법사위원장 등을 통합당에 내주더라도 국회의 입법 활동을 주도하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야당 몫의 상임위원장에 눈독들이는 것은 과욕이고 독선이다.

민주당이 지난달 25일 윤리심판원을 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표결에 기권한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금 전 의원이 지역구 경선에서 탈락해 이미 정치적 책임을 졌는데도 굳이 징계를 한 것은 본보기로 삼아 당내 비판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회 표결을 문제 삼아 징계한 것은 헌법과 국회법 위반의 소지가 있을뿐더러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미향 의원에 대해 ‘사실 확인이 먼저’라며 감싸고 도는 것도 민심과는 동떨어진 행태다. 5년 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자꾸 거론하는 것도 석연치 않다.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점검하는 정도라면 모르겠으나 한 전 총리 명예회복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얼토당토않다. 이런 일이 연달아 벌어지는데도 당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 건 위험 신호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공정과 정의, 사법질서, 야당과의 협치 등을 외면하고서라도 ‘하고 싶은 일’은 마음대로 하라는 면허를 받은 것은 결코 아니다. 민심은 무능도 싫어하지만 독선과 오만은 더더욱 싫어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 과반을 차지했지만 승리에 취해 좌충우돌하다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에서 연달아 참패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압승한 직후 ‘겸손’을 거듭 강조했다. 그 마음으로 어서 돌아가길 바란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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