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사진)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에 강력히 반발하며 우리 정부가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남북 관계를 원점으로 되돌리겠다고 압박했다. 정부는 직후 대북전단 살포를 법적으로 규제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즉각 진화에 나섰다. 대북전단 살포가 접경지역의 긴장을 조성하고 남북 관계에 방해가 된다는 취지지만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법으로 제한하는 데 대한 타당성 논란도 예상된다.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며 대북전단 중단을 강제하기 위한 법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긴장 해소 방안을 이미 고려 중”이라며 “법률 정비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 대변인은 “법률안 형태는 정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발표는 우리 정부에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촉구한 김 제1부부장의 담화 발표 4시간여 만에 나왔다. 정부는 앞으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적극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다만 북한 담화 발표 이전부터 대북전단 살포 관련 법률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대북전단은 참으로 백해무익한 행동”이라며 “안보에 위해를 가하는 행동에는 정부가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는 “논평하지 않겠다”며 ‘로키’ 대응 기조를 유지했다.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는 4·27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매주 목요일 개최되는 NSC 상임위원회도 회의 이후 자료를 냈지만, 담화에 대한 입장은 없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노동신문에 발표한 담화문에서 최근 있었던 대북전단 살포 사례를 거론하며 “이런 악의에 찬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 당국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보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제1부부장이 발표한 세 차례 담화 중 노동신문에 게재된 것은 처음이다.

김 제1부부장은 특히 대북전단 살포 금지 관련 조치가 없을 경우 남북 관계를 4·27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돌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는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북민간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31일 ‘새 전략 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과 1달러짜리 지폐 2000장을 풍선 20개에 달아 북측으로 날려보냈다. 해당 전단에는 김 위원장의 사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그림, ‘김 위원장은 위선자’라는 문구 등이 담겼다.

전단살포 금지법, “접경주민 보호” 명분… 기본권 침해 논란도
“쓰레기… 인간 추물… 똥개” 갈수록 거친 김여정의 입

손재호 임성수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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