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 앞에서 지난 2월 19일(현지시간) EU를 상징하는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제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30년 전부터 여러 차례 논의에 들어갔다가 실패하기를 반복했던 이 실험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3개국은 ‘범EU 기본소득제(pan-EU minimum income)’ 도입을 EU에 제안했다. 지난 4월 마이레드 맥기네스 EU의회 제1부의장 등 25명이 서명한 연서의 연장선이다. 공동기금을 조성해 특정 금액 이하의 임금을 받는 빈곤층에게 최저생계비를 직접 지급하는 게 골자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스페인 사회부총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안전망에 대해 토론하기에는 지금이 적기”라며 “열악한 상황에 놓였다면 그 누구든 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는 시민들이 원할 때 그들이 냉장고를 채울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은 이미 지난달 빈곤층 85만 가구에 가구당 최대 1015유로(약 138만원)씩, 연간 30억 유로(약 4조1000억원)를 지급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범EU 기본소득제 제안국 중 하나인 스페인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첫발을 뗀 만큼 관련 논의가 EU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기대가 나온다.

스페인을 비롯해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은 이미 노동장관 회의를 열고 기본소득제 계획을 구체화할 방법을 고심 중이다. 만약 범EU 기본소득제가 실현된다면 27개국 1억1300만명의 빈곤층이 사회안전망에 추가로 편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관건은 다른 국가들의 동참 여부다. 가디언은 “유럽에서는 30년 전부터 비슷한 논의가 있어 왔지만 번번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각국에 대한 권고 수준으로 마무리됐다”고 지적했다. 범EU 기본소득제를 실시할 경우 특정 지역에 부가 편중되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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