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조지 플로이드 추모식에서 시민들이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숨진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플로이드가 사망한 장소에 꽃과 편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폭력시위 진압에 군 병력을 투입하는 문제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방군 동원 가능성을 시사해 시위대를 자극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을 바꿨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군 투입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반기를 드는 듯하더니 워싱턴DC 인근에 배치된 병력 철수 결정을 결국 번복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자처해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폭동진압법 발동 검토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항명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에스퍼 장관의 브리핑 직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폭동진압법을 발동할 것”이라고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때문에 한때 에스퍼 장관 경질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은 다르게 전개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워싱턴DC 인근 기지에 배치된 약 200명의 82공수부대 병력을 노스캐롤라이나 포트브래그 기지로 돌려보낼 것을 라이언 매카시 미 육군장관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복귀 결정을 거뒀다고 한다. 매카시 육군장관은 “에스퍼 장관이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뒤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군 투입 논쟁을 자초한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이날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그것은 상황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DC 인근의 공수부대 병력은 워싱턴DC 인근에 하루 정도 더 머문 뒤 철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첫 국방장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는 성명을 내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 통합 시늉조차 안 하는 내 생애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폭동진압법 발동 위협에 대해 “국내에서 군을 투입할 때는 매우 특별한 경우에, 주지사들의 요청이 있을 때만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시리아 미군 철수와 북핵 대응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해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그의 ‘미친개’ 별명은 자신이 붙인 것이라며 인격 모독성 조롱을 퍼부었다.

이날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위대 강경 진압을 비판하는 퇴역 장성의 기고문이 실렸다. CNN은 “역대 어떤 대통령도 측근에서 자신을 따랐던 이들로부터 이렇게 많은 비난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는 미 전역에서 9일째 이어졌다. 일부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벌어졌던 약탈과 방화 등 폭력 시위는 조금씩 잦아드는 분위기다.

A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 모인 시민들은 시내를 행진하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함께 불렀다. 백악관 주변 도로를 차단한 경찰은 합창하는 군중을 지켜봤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등에서도 시위가 계속됐지만 폭력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AP통신은 “항의 시위는 대체로 평화로웠고 거리는 이전보다 차분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권지혜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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