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입법회(의회)의 범민주 진영 의원들이 4일 중국 국가(國歌) 모독 금지법 표결을 둘러싸고 항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국가(國歌)인 의용군행진곡을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법’이 4일 홍콩 의회에서 통과됐다. 홍콩 내 반중 활동을 감시·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제정에 이어 중국의 홍콩 통제가 더욱 강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의회인 입법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국가법 초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41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범민주 진영 의원들은 항의 표시로 표결에 불참했다.

국가법은 중국 국가를 장례식이나 공공장소, 상업광고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노래 가사를 바꿔 풍자하거나 조롱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국가가 연주될 때는 가슴에 손을 대는 미국식 경례 대신 차렷 자세로 경의를 표해야 한다. 이런 조항을 어기면 최대 징역 3년 또는 5만 홍콩달러(약 785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홍콩 교육부 장관은 이런 내용의 지침을 각 학교에 내려보낼 방침이다. 의용군행진곡은 항일전쟁 때 유행한 곡으로 중국 건국 직전 국가로 지정됐다.

중국은 2015년 국제 축구경기 때 홍콩 시민들이 중국 국가에 야유를 보낸 뒤로 국가법 제정을 추진했다. 홍콩에서 대대적인 민주화시위가 일었던 지난해 9월 이란과의 월드컵 2차 예선전에서 홍콩 관중이 중국 국가가 나오자 등을 돌리고 앉아 함성을 지른 일은 홍콩의 반중 정서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국가법 제정은 이러한 반중 정서를 철저히 뿌리뽑으려는 중국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범민주 진영의 야당 의원들은 국가법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반대했지만 표결을 막지는 목했다. 에디 추, 레이먼드 찬 등 야당 의원 2명은 심의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플라스틱통에 담긴 오물을 회의장에 투척했다. 두 의원은 결국 회의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추 의원은 “국가법에 항의하고 천안문 민주화시위 31주년을 잊지 말자는 의미”라며 “우리는 중국 공산당을 절대 용서하지 말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처벌 조항을 삭제하거나 완화한 국가법 수정안을 제안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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