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의 고무보트가 4일 충남 태안의 한 방파제 주변에 버려져 있다. 이곳은 지난달 23일 중국인 8명이 소형 보트를 타고 밀입국한 지점과 불과 15㎞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중국인의 서해 밀입국 사건에서 군의 해상 경계는 총체적 실패였다. 16차례나 레이더 등으로 밀입국 과정을 포착했지만 번번이 낚싯배로 오인하는 등의 실수를 저질렀다. 공교롭게 감시 장비는 고장 나 있었고, 군과 해경의 공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북한 소형 목선에 동해가 뚫린 데 이어 서해에도 똑같은 구멍이 확인됐다. 허술한 해상·해안 경계망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중국인들이 충남 태안군 해안으로 잇따라 밀입국한 사건에 관한 경계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인 8명을 태운 소형 보트(1.5t급)는 지난달 21일 오전 11시23분 의항리 방파제에 도착할 때까지 총 13차례나 우리 군의 감시망에 걸렸다. 해안 레이더 영상에 6회, 해안 감시카메라 영상에 4회 등장했고, 열영상카메라에도 3차례나 포착됐다. 하지만 각각의 장비 운용병들이 이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낚싯배 등으로 오판하면서 밀입국 추적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 관계자는 “녹화된 해안 레이더 영상을 다시 확인한 결과 소형 보트로 추정 가능한 영상이 포착돼 있었지만 운용병이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9일에도 군이 초동대응에 실패하며 소형 보트를 탄 중국인 5명이 서해를 통해 국내에 유유히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에도 해안 레이더가 보트를 3차례 식별했지만 운용병은 이를 놓쳤다. 또 열영상카메라 녹화 기능이 5시간가량 작동하지 않아 밀입국 관련 장면이 담기지 않는 등 장비 관리도 허술했다.

지난해 6월에는 북한 목선 1척이 강원도 삼척항에 들어올 때까지 군이 전혀 발견하지 못해 경계망이 뚫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군은 경계태세 강화를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1년 만에 서해에서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합참 관계자는 “전 해안 지역을 정밀 분석해 취약지역에 대한 해안 감시장비를 추가로 운용할 것”이라며 “지휘 책임이 있는 사단장 등 감시 경계를 소홀히 한 군 관계자에 대해 경찰 조사 및 자체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징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해경은 지난 4월 보트를 타고 들어온 중국인 밀입국자 5명 중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이들과 함께 보트를 타고 온 나머지 밀입국자 3명, 또 5월 밀입국한 중국인 중 검거되지 않은 4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손재호 기자,

손재호 기자, 태안=전희진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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