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증 때문인지 3호선 전철을 이용하는 승객도 많이 줄었다. 평소 같으면 서 있기도 어려웠을 텐데 편하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서 있는 사람이나 앉은 승객 대부분이 스마트폰만 쳐다보며 무표정한 눈빛들이다. 더구나 마스크를 쓰고 있어 밀랍인형 전시장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코로나19라는 녀석의 실체를 본 적도 없으면서 피하려고만 한다. 감염증이란 걸렸다 하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 사랑하는 가족들을 고통 속에 끌어들이게 된다. 그래서 더욱 조심하는지 모른다.

열차가 홈에 닿자 스크린도어가 열리고 몇 명의 승객이 내리고 탔다.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 들어와 좌우를 살피더니 경로석으로 가서 두 사람 사이에 비집고 앉았다. 노인이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앞에 서 있던 젊은 부인은 옆 칸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인이 앉은 왼쪽에는 경로석에 앉을 나이가 아닌 듯한 여인이 눈을 감고 있었다. 오른쪽의 노신사가 근엄한 자세로 벽에 기댄 채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노인과 눈이 마주치자, “노인장, 마스크를 쓰세요.” “나는 팔십 평생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는데 마스크는 무슨….” 노신사는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마스크는 내가 걸리지 않으려고 쓰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감염시키지 않으려고 쓰는 것”이라며 재차 쓰라고 했다. 노인은 주위 사람들을 의식한 듯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옆에서 등을 돌리고 서 있던 아가씨가 가방을 열어 포장도 뜯지 않은 마스크를 노인 앞에 내밀었다. 노인은 그 아가씨를 보면서 받아도 되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노인이 마스크를 손에 쥐고, “이런 고마울 데가 있나. 값을 치러야 하는데.” 아가씨는 괜찮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위 사람들이 관심을 나타내자 계면쩍은지 옆 칸으로 자리를 떴다.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린 노인이 눈을 감았다. 열차가 구파발역을 지나면서 더 많은 승객이 내리고 탔다. 긴 터널을 빠져나간 열차는 밝은 세상을 향해 힘차게 달렸다.

오병훈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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