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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중국 배제 글로벌 공급망

배병우 논설위원


미 백악관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대중국 전략보고서’는 사실상 중국과의 신냉전을 선포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신냉전에서 중국을 옥죄는 수단으로 우선 선택한 것이 글로벌 공급망(Global Value Chain) 재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미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한눈에 보여줬다. 마스크, 의료진단장비,의약품 공급조차 중국산 원재료나 부품 없이는 힘들다는 게 드러났다.

‘경제적 독립’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 둘째는 동맹·파트너국들과 함께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게도 참여할 것을 공식 요청한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가 그것이다. EPN 구축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동맹의 가치를 폄하하던 트럼프 행정부의 중대한 태도 변화로 봐야 한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오미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패권 경쟁에서 동맹과의 다자협력 중요성을 자각하게 됐다”면서 “중국과의 전면전에서 새판을 짜려 한다”고 말했다. EPN에는 일본 인도 호주에 이어 베트남 뉴질랜드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중국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 처지에서 쉽지 않은 선택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전략적 모호성’ 등으로 시간을 끌어 넘길 수 없다. 중국과의 신냉전은 트럼프 행정부뿐 아니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집권해도 지속할 가능성이 매우 큰 미국의 새 대중(對中) 전략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한국의 수출 주력산업이 미국 주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된다면 생존하기 불가능하다는 엄연한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제재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정부가 EPN 참여까지 거부한다면 이는 한·미동맹의 종언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크다. 한국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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