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출범한 21대 국회의 당면과제 중 정권 중간평가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물론 개별 법안의 발의·심의도 중요하다. 이미 의원마다, 정당마다 여러 법안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각 행정부처도 소관 업무에 관한 법안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새 국회가 시작되며 각종 현안에 대한 법안이 쇄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개별 법안만 미시적으로 신경 쓰는 데 머물지 말고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거시적 중간평가도 병행할 필요가 크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우선 교과서적 이유는, 국회 역할이 입법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행정부에 대한 감시·감독, 사회담론 형성 및 여론 선도까지 포괄한다는 것이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의 국정을 종합 평가해 칭찬과 비판을 하며 사회 의제를 설정하고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것은 국회의 소중한 역할이다.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두 번째 이유는 현 시점의 상황적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3년이 지났고 이제 임기가 2년도 남지 않았는데 중간평가가 제대로 시도된 적이 없다. 그동안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논란과 비판이 있었던 만큼 부분적·국지적 차원의 문제 제기들을 종합해 거시적으로 평가하며 긍정과 부정의 면을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 더 늦어지면 중간평가 의미가 없어진다.

지난 4·15 국회의원 선거는 중간평가를 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였다. 그러나 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금년 초까진 당연히 선거가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가는 듯했으나 코로나가 모든 선거 이슈를 삼켜버렸다. 더욱이 제1야당은 연속되는 비상식적 공천으로 분란과 혼란을 겪으며 종합적 중간평가를 부각시킬 의지와 능력도 보이지 못했다. 야당 후보 중 상당수가 정권 중간평가를 외쳤지만 전국 차원으로 결집되지 못하고 지엽적 범위에 갇혔다. 아무리 코로나 사태가 엄중했기로서니 중간평가에 최적인 시점에 진행된 국회의원 선거에서 중간평가가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는 점은 매우 의아스럽다.

여권은 쾌재를 불렀을지 모른다. 평가받기가 두려운 것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선거과정에서는 더 그렇다. 그러나 임기 중간에 국정 운영에 대한 종합 진단을 받는 것은 대통령과 정권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긍정 평가를 받는 측면은 더욱 탄력을 실어 추진할 수 있다. 부정 평가를 받는 부분은 엄격하게 돌이켜봐서 고칠 것은 고치고 고수할 것은 방어 논리를 더 개발할 수 있다. 두려워도 건강검진을 받아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간평가가 정파적 편향으로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어버릴 가능성 때문에 회피하고 싶어진다면 이는 떳떳하고 정당한 자세가 아니다. 정파적 논리는 예전부터 항상 지배력을 발휘해 왔다. 그런 현실에서도 고도의 전략으로 국정을 수행해야 하고, 중간평가가 과도한 정파적 악의에 휘둘리지 않게 하는 것이 정권의 역할이자 능력이다. 우리 국민도 지나치게 정파적인 중간평가에는 등 돌리고 공정한 경우에만 귀 기울일 만큼의 수준에 와 있다.

지나간 기회는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만들면 된다. 선거는 끝났어도 정권 중간평가를 새 국회의 당면과제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과 정권, 여당, 야당, 국민 모두를 위한 일이다. 3년을 되돌아보며 국정 기조에 거시적·종합적 평가의 잣대를 대봐야 한다. 대표 공약인 적폐 청산의 예를 들자면 과연 취지대로 가고 있는지, 또 잘못된 제도나 규범, 인식, 관행을 고치기보다 정권 편이 아닌 사람들을 배척·앙갚음하는 쪽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우리 측 사람이 온갖 폐단을 저질러도 감싸줌으로써 오랜 폐단을 없애자는 적폐 청산의 원동력을 꺼뜨린 것은 아닌지, 정권의 하수인이었던 정치검찰이야말로 적폐일 텐데 처음엔 가만히 있다가 정작 검찰총장이 탈정치를 선언하고 정권에 순종하지 않자 때맞춰 검찰 개혁을 외쳐댄다면 적폐 청산 가치가 희석되지는 않을지, 여러 면에서 점검해볼 수 있다.

새 국회가 정권 중간평가의 중심 무대가 되려면 법안 심의에 몰두할 뿐 아니라 각종 회의와 세미나 등 토의의 기제를 잘 활용해야 한다. 여야 간 협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번 여름엔 망원경의 눈으로 거시적·종합적 논의 위주의 중간평가를 하고, 그 연장선에서 가을 국정감사 때엔 행정부의 세세한 국정 운영에 예리하게 초점 맞춘 현미경의 눈을 댈 수 있을 것이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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