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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권이 재정준칙 제정에 앞장서야

이번 정부 들어 빠르게 악화하던 재정건전성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더 방관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3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하면 코로나19에 대응한 정부의 정책 패키지 규모는 270조원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정부 추정치의 14%에 달한다. 전 세계 평균이 GDP의 10.3%라는 점에서 절대 작지 않다.

국가채무는 반년 새 GDP 대비 5.4% 포인트나 급증했다. 국가채무도 문제지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통합재정수지에서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등 사회 보장성 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다. 관리재정수지는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데, 올해 적자가 GDP 대비 6%대에 이를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리 목표치의 두 배다. 기업 실적과 내수 상황을 볼 때 내년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재정건전성을 지켜낼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재정에 관한 한 역대 정부의 기강해이를 제어하는 역할을 해 온 건 기재부 관료들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이 기재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밀어붙이면서 기재부의 감시견 역할도 무력화됐다.

국가부채나 재정수지 등의 한도를 법으로 정해 강제하는 재정준칙 제정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추경호 의원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5% 이하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 이하로 유지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유성걸 의원도 재정준칙을 마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감사원도 최근 국가 재정의 중장기적인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나 몰라라 할 일이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은 필수지만 지속 가능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가치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코로나 위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기에 그렇다. 게다가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대중영합주의가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제동을 거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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