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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 비상인데 기본소득 블랙홀에만 빠져선 안 된다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코로나19로 무너진 경제 살리기 방안을 제일 먼저 다루겠다던 여야가 요즘 온통 기본소득제 도입을 둘러싼 논쟁으로 시끌벅적하다.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이슈이고, 다른 시급한 일들도 많은데 마치 블랙홀에 빨려든 듯 죄다 기본소득제 문제만 얘기하고 있다. 그러다 정작 지금 가장 중요한 경제 살리기는 뒷전으로 밀릴까 우려된다. 기본소득제 문제는 최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언급한 이후 정치권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여권 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제도 도입 여부를 놓고 연일 설전 중이고, 8일에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까지 논쟁에 뛰어들어 판이 더 커졌다. 야권에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저소득층용 기본소득제를 제안했고,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사회적 배급주의라며 제도 도입을 반대했다.

기본소득제는 사회가 점점 양극화되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는 줄게 되면서 언젠가는 도입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해볼 이슈다. 취지를 잘 살리면 미래의 대안적인 복지제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최근 전 국민에게 일회성 재난지원금을 준 것을 계기로 이참에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되는 기본소득제까지 서둘러 도입하자는 건 우리 재정 규모나 뻔한 세원 등을 감안하면 너무 성급한 주장이다. 무엇보다 시기적으로도 지금 당장 이 문제로 설왕설래하기에는 우리 경제가 초비상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주요 산업이 위기에 처했고 수출은 급감했으며, 미·중 충돌로 인한 리스크도 커졌다.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도 벅찬데, 지금 논의한다고 금방 도입되지도 않을 기본소득제 문제로 경제 회복의 때를 놓쳐선 안 될 것이다.

게다가 기본소득제는 전 국민에게 월 30만원을 줄 경우 180조원이 들 정도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제·노동·복지 체계도 다 뜯어고쳐야 한다. 1년9개월 뒤의 대선을 바라보고 섣불리 건드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 제도 도입을 위해선 규제개혁이나 노동유연성 같은 성장 담론이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이처럼 일에도 순서가 있는 법인데, 월 50만~200만원이라는 액수까지 거론하며 펼쳐지는 지금의 논쟁은 마치 우물에 가 숭늉을 찾는 격이다. 정치권이 그런 성급하고 또 정략적인 차원의 기본소득제 논쟁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에서 이 제도에 대한 공부부터 해나가길 바란다. 그렇게 실력을 쌓다 경제 위기가 극복된 뒤 제도 도입 논의를 본격화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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