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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용 영장 기각… 법원이 검찰권 남용 제동 걸어

법원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구속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명시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소명됐다”고 전제했지만 한마디로 영장청구 자체는 무리수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4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에 있어서 경영권 승계를 겨냥한 이 부회장의 불법행위가 있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 측이 불과 이틀 전 검찰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 타당성에 관한 판단을 구하고 싶다며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상황에서 다소 의외였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절차를 피해가기 위해 기습적으로 영장을 청구한 모양새였다. 아무리 수사상 필요하다고 해도 영장 청구는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절차가 시작됐다면 유보하는 게 맞는다.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는 1년7개월간 이어졌다. 그런데도 도주 우려, 증거 인멸 가능성도 없는 상황에서 그걸 못 기다리고 당장 인신 구속을 하겠다고 나서는 건 설득력이 떨어졌다. 법원 주변에서는 검찰이 상당 부분 중요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갖고 있으니까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법원은 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구속 사유와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해버렸다. 특별한 게 없었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 부회장 측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자 사실상 보복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수사심의위 절차를 비켜가거나 무력화할 목적으로 영장 청구를 서두른 측면이 있다. 그런데 정작 영장이 기각되면서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인 꼴이 됐다. 일단 그동안 전방위적으로 진행돼온 수사 자체에 대해 국민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앞으로 열릴 예정인 수사심의위의 기소 판단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11일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할 부의심의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부의심의위는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무리한 영장청구 등 검찰권 남용이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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