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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모욕감 불러일으키는 북한의 대남 적대 정책 전환

북한이 9일 남북한 간 연락을 위한 모든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와 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아 남북 관계 단절을 경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번 조치를 결정한 대남사업 부서들의 사업총화 회의에선 대남 사업을 대적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북한 언론이 보도했다.

북한이 대북 전단 문제로 남북 관계를 적대 관계로 몰아가겠다는 것은 유감 천만이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노력에 역행할 뿐 아니라 남북 대화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근본적으로 의구심이 들게 한다. 대북 전단 살포는 민간단체의 활동이어서 정부가 임의로 간여하기 어렵다. 이런 형편을 잘 아는 북한이 나 몰라라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오만이다. 체제의 다름을 서로 인정하는 것이 남북 관계에서 기본이다. 그런데도 자기 요구만 관철하려 압박하는 북한의 태도는 그간 무리한 요구에도 인내하고 도발에마저 대응을 자제했던 우리에게 반감과 굴욕감을 불러일으킨다. 국방백서의 주적에서 북한을 제외하고 철도 연결 사업 등을 제안했던 평화를 위한 노력들이 마치 구걸 행위나 되는 것 같은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 남한 내 대북 감정 악화는 강경 대응론에 힘을 싣게 돼 북한에 이로울 게 없다. 남북 협력과 통일의 길만 멀어질 뿐이다.

북한은 남측 상황을 봐가며 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단 철거,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의 조치를 차례로 실행해갈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무력 도발도 예상된다. 우리는 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예상되는 도발에 치밀하게 대비하되 도발이 감행되면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한·미 공조는 더욱 중요해졌다. 방위비 분담 협상, 미·중 갈등의 영향 등으로 최근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는 한·미 관계를 다지고 동맹을 더 굳건히 해야 한다.

남북 간 평화를 향한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평화를 지키기 위한 일도 결코 게을리할 수 없다. 평화는 유사시에 대한 대비가 없다면 남의 손에 맡겨지게 된다. 정부는 차제에 저자세 논란을 빚는 대북 정책 기조의 효용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 당국은 일방적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민족 협력의 길에 다시 나서야 한다. 우리가 평화에 매달리는 건 한반도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이지 도발이 두렵기 때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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