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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돈 못 벌었네…” 초조한 개미들 ‘패닉 바잉’ 조짐

코스피 2000선 돌파 1주일여 만에 고객 예탁금 규모 1조 넘게 불어나


직장인 황모(35)씨는 최근 만기가 돌아온 정기예금 2000만원을 털어 처음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은행 예금금리가 0%대인 상황에서 2000만원을 2년 만기로 묶어둬 봤자 손에 쥘 수 있는 이자는 30만원 수준에 그친다는 사실에 허탈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도 황씨를 자극했다. 그는 “일단 우량주, 고배당주 위주로 분산 투자했다”며 “최소한 공매도 금지가 시행되는 9월까지는 돈을 넣어둘 생각”이라고 9일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도 주식시장만큼은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0.21% 오른 2188.92에 마감하며 2200선에 근접했다. 오전 장중 한때 22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세계은행(WB)은 지난 8일(현지시간) “글로벌 경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라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5.2%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살포하고 경기 재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실물경제와 주가가 따로 가는 ‘그레이트 디커플링’(거대한 비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급격한 증시 반등에 “나만 돈을 못 벌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의 ‘패닉 바잉’(Panic Buying·불안감에 따른 매수) 움직임도 불거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이날도 코스피시장에서 4000억원 넘게 ‘사자’에 나섰다. 고객 예탁금 규모는 지난 8일 기준 45조5000억원으로,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한 지난달 26일(44조1180억원)보다 1조원 넘게 불어났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공여 잔고’ 규모도 같은 기간 10조5868억원에서 11조3777억원으로 늘었다. 코스피가 지난 3월 19일 저점(1457.64) 대비 50% 이상 반등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증시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 나스닥지수는 1.13% 오른 9924.74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7.26% 폭등한 949.92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종전 최고가(917.42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러한 증시 급등세에 올라타려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미국에서도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그러나 치솟는 주식을 사두지 못했다는 박탈감에 뒤늦게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기준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5.00배로 2002년 7월(25.31배) 이후 17년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식 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인 PER은 배율이 높을수록 주식이 고평가돼 있다고 여겨진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업 이익이 급감하고 지표 부진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실물경제와 증시의 괴리 현상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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