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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9월 신학기제의 불씨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코로나19의 산발적 확산 속에 불안한 등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시작된 순차 등교는 8일 중1과 초5∼6학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전국 595만명의 학생들이 애초 등교 예정일보다 99일 늦게 교문 안으로 모두 발을 디딘 것이다. 학생들이 집단생활에 복귀한 만큼 교육 당국의 대처 능력도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교실의 특성상 감염이 발생하면 지역사회의 파급력을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학생과 교직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격주·격일제·온라인 병행 등 수업도 파행이다. 지역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수도권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교육부가 수도권 학교에 전체 학생의 3분의 1 이내로 등교시키도록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1주일에 하루, 그것도 겨우 2시간 수업하는 ‘무늬만 등교’인데 굳이 등교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이 9월 신학기제다.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잇따라 불을 지피더니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에서 9월 학기제 도입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9월 학기제는 초·중·고교와 대학의 1학기를 3월이 아니라 9월에 시작하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9월에 개학하지 않는 곳은 한국 일본 호주 칠레뿐이다. 3월 1일 1학기, 9월 1일 2학기가 시작하는 현재의 우리 학기제는 1961년 11월 기틀이 마련됐다. 49~61년에는 지금의 일본처럼 4월 학기제였지만 계절적 특성으로 일본보다 한 달 더 일찍 학사일정을 앞당겨 시행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9월 학기제를 적용했던 시절도 있었다. 해방 직후인 46년부터 49년까지 1학기가 9월 1일, 2학기는 3월 1일 시작됐다.

9월 학기제로 변경하자는 주장은 여러 차례 있었다. 정부 차원의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것은 김영삼정부 때인 97년이다. 당시 대통령자문교육개혁위원회는 교육 개혁과제를 제시하면서 교육의 국제화를 대비하는 방안으로 9월 학기제 전환을 제안한 바 있다. 2006년에는 제2차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에 학제개편 공론화가 주요 정책과제로 포함됐고, 2007년에는 관계부처 검토과제에 올랐다. 2014년에는 유학생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9월 학기제 도입을 공식 검토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 차원의 도입 논의가 수차례 이뤄진 것은 그만큼 필요성이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럼에도 시행되지 않았던 것은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014년 연구보고서에서 교원 증원과 학급 증설, 대학 입시, 취직 등 각종 사회적 혼란 비용으로 8조~10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입학이나 졸업은 물론 기존 입시방식과 절차, 기업의 고용 시기, 행정고시 등 정부의 각종 시험 시기 변화도 수반돼야 한다. 일본이 코로나 확산에 따른 휴교 장기화로 초·중·고와 대학의 개학 시기를 4월에서 9월로 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지만 결국 장기적 과제로 미룬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로나19로 학사 일정이 밀리고 있는 지금이 9월 학기제 전환의 최적기라는 의견이 많다. 인적자원의 국내외 교류가 활발한 상황에서 주요국 대부분이 시행하는 가을학기제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른바 학제의 국제 통용성이다. 하지만 9월 학기제 도입은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 60년 동안 이어온 기존 학제 시스템을 바꾸려는 시도인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사회적 합의도 없이 손바닥 뒤집듯 바꿔 얼마나 큰 혼란을 야기했는지 우리는 역대 정권 때마다 똑똑히 목도했다. ‘교육 개혁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교육 시스템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50년 동안 준비하고 뼈대를 세워 교육 강국으로 발돋움한 핀란드 교육정책의 모토다.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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