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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코로나 시대 여름휴가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폭염특보가 발령되는 등 무더위가 찾아왔다. 여름휴가 시즌도 다가온다. 올해 여름휴가는 예년과 다를 듯하다. 과거에 보지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이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보여주듯 밀폐된 공간에 다수가 모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그나마 즐길 만한 곳은 산 또는 바다 같은 야외다.

해외여행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올해에는 캠핑이 부상하고 있다. 탁 트인 야외에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 없이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어서다. 복잡하고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근교로 조용하게 캠핑을 떠나며 힐링하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캠핑은 여름휴가 때 물가 근처에 텐트를 치고 노숙하는 ‘일반 캠핑’으로 여겨졌다. 1년에 한두 번 ‘노숙’하는 만큼 캠핑용품도 텐트에 코펠 정도가 전부였다. 2000년대 들어 캠핑이 레저활동으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도구와 형태로 무장한 ‘오토캠핑’족이 크게 늘었다.

국내 오토캠핑은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차박(車泊)’이 인기다. 차 안에서 숙박하며 즐기는 여가 활동이다. 차만 있으면 어디든 떠날 수 있다. 캠핑카처럼 별도 장비를 갖추거나 크게 개조하지 않아도 되는 게 특징이다. 캠핑 장비를 무겁게 들고 다니거나 캠핑장을 따로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묘미다. 차체가 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주로 즐기지만 레이·모닝 등 경차에서 차박을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차박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누울 곳이 마련돼야 한다. 일명 ‘평탄화 작업’. 경차나 승합차, SUV 차량의 경우 뒷좌석 등받이를 접어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손쉽게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여기에 에어매트를 설치하거나 별도의 구조물을 만들어 넣으면 ‘완전 평탄화’를 이룰 수 있다. 차량을 아예 캠핑카로 개조하는 경우도 급증했다. 과거 11인승 이상 승합차만 개조가 가능했으나 지난 2월부터 법령이 바뀌어 모든 차종의 개조가 허용됐다. 차를 개조하지 않고 나만의 캠핑카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차 내부에 ‘캠핑 박스’를 설치하면 된다. 뒷좌석 의자를 탈거하지 않고 접기만 하면 완성이다. 캠핑을 베란다, 앞마당, 집 옥상 등 개인적인 공간에서 즐기는 홈캠(홈+캠핑)족도 늘고 있다. 집 안을 아예 작은 캠핑장으로 꾸미는 것이다.

덩달아 캠핑용품 판매도 크게 늘었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캠핑용품을 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4월 한 온라인 쇼핑몰의 ‘차박 매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차 트렁크와 연결하는 형태의 ‘도킹 텐트’도 7배가량 많이 판매됐다고 한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3~5월 캠핑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캠핑 조리기구 매출이 106% 늘었고 캠핑 테이블과 의자류 매출도 96%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보관 및 이동 편의성과 조리가 간편한 상온가정간편식(HMR)도 인기다.

차박이든 홈캠이든 지친 일상에 ‘쉼표’를 주는 여행은 계속돼야 한다. 나름의 방식으로 휴식하고 재충전해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하는 게 필요하다. 다만 지켜야 할 것도 있다. 캠핑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쓰레기 무단투기 등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 줄이기 위해 ‘LNT’(Leave No Trace)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미국 국립공원 관리청과 환경단체 등이 주도한 ‘흔적 남기지 않기’ 운동이다. 사람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지속적인 이용이 가능하도록 자연을 보호해야 캠핑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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