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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녀 체벌 금지’ 민법 개정 추진 환영한다

법무부가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체벌 금지를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를 막을 법적 근거를 강화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바람직하고 환영할 만한 움직임이다. 민법 제915조(징계권)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모(친권자)의 징계권은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하기 위해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한 방법과 정도에 의한 징계를 의미한다. 신체적 고통을 주는 체벌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민법 조항을 들어 자녀 체벌을 용인해 온 흐름이 있는 게 현실이다. 아동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면 아동복지법에 따라 처벌받지만 부모가 체벌했을 경우에는 처벌이 감경되는 게 다반사였다. 민법의 징계권 조항이 ‘면죄부’의 근거가 됐음은 물론이다.

부모의 훈육 방식에까지 국가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 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훈육은 핑계일 뿐 걸핏하면 손찌검을 하고 분풀이 대상으로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9세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장시간 가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40대 여성이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9세 의붓딸의 손가락을 프라이팬에 지져 화상을 입힌 30대 남성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보건복지부의 2018 아동학대 통계를 보면 가해자의 77%가 부모였고 발생 장소의 79%가 집이었다. 체벌과 학대는 습관화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라는 이유로 약자 중에 약자인 아동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민법에서 친권자의 징계권을 삭제하는 것은 아동 학대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상징적이고도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민법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해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동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다른 대책들도 강구해야 한다. 아동 학대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관련 예산과 인력을 늘려야 한다. 아동 학대가 발생하면 아동을 부모로부터 분리시켜 일정 기간 긴급보호해야 하는데도 10건 중 8건은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피해 아동을 보호할 쉼터가 태부족이고 위탁가정 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공공성과 전문성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상습적 가해 부모에 대한 친권 제한 및 상실 제도의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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