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인 ‘구글 플레이’에서 유해하다고 판단한 앱을 자체 정책에 따라 삭제해도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다툴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구글이 앱 개발자들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을 전속관할로 한다’는 내용의 배포계약을 맺은 것은 국제거래 계약의 특수성에 비춰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같은 계약을 ‘서면’이 아닌 ‘전자문서’ 형태로 체결했더라도 법적 효력에는 지장이 없다고 봤다.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판사 정재오)는 지난 9일 앱 개발사 ‘톨 커뮤니케이션’(톨)이 미국의 구글 본사와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낸 11억9000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내 앱 개발사가 구글에 법적인 문제 제기를 하려면 한국이 아닌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톨 측은 2017년 12월 성인 전용 앱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했다. 이 앱은 국내 키스방 등의 정보를 망라해 이용하게 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구글은 이 앱이 자사의 음란물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배포를 정지시킨 뒤 삭제 조치했다.

이에 톨 측은 2018년 1월 국내 앱 개발사 중 최초로 구글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톨 측은 구글이 앱 개발자들과 맺은 배포계약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의 연방 또는 주(州) 법원이 전속관할을 가진다”고 정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는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며 공서양속(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톨 측은 항소하면서 “구글이 서면이 아닌 전자문서로 재판관할 합의를 했으므로 무효”라는 주장을 새롭게 제기했다. 민사소송법상 당사자 간 합의로 관할법원을 정할 때 서면으로 해야 하는데, 구글은 이를 전자문서로 했다는 이유였다.

항소심은 1심과 동일하게 구글 측 승소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할합의 방식으로 서면을 요구하는 취지는 당사자 의사를 명확히 해 분쟁을 방지하는 데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다른 국가에 거주하는 당사자가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체결하는 국제거래 계약은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가상공간의 앱 등록·배포 거래에서는 전자적 방식에 의한 국제재판관할 합의를 긍정할 필요가 크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구글코리아에 대해선 “플레이스토어의 운용 주체가 아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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