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사설] 대북 저자세 비판 자초한 오락가락 전단 정책

통일부가 11일 대북 전단을 살포해온 단체 2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를 시작했다. 항공안전법과 공유수면법 위반 여부도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했다. 이 단체들은 지난 10년간 94차례 2000만장의 전단을 살포해 왔다. 정부가 그동안은 무엇을 하다 이제 와서야 법적 문제로 삼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통일부는 지난 4일까지만 해도 전단 살포에 현행법을 적용하기 충분치 않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밝혔다. 그러더니 일주일 만에 현행 법 규정을 동원해 탈북단체 제동에 나선 것이다. 행정의 일관성이나 신뢰성에 역행하는 행태에 어처구니가 없다.

게다가 정부의 수사 의뢰가 법적 타당성이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통일부는 대북 전단 살포는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게 돼 있는 물품 반출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출’은 “매매, 교환, 임대차, 사용대차, 증여, 사용 등을 목적으로 하는 물품 등의 이동”이라고 법에 적시돼 있다. 북한의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리라는 전망 아래 살포하는 전단이 이런 물품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국자도 고발 조처를 하면서 “사법부가 반드시 우리의 유권해석을 따를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적 결론이 어떻게 나든 일단 고발하고 본다는 식이다. 법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위험한 발상이다.

통일부의 오락가락 행보는 북한의 강한 담화가 나오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는 것으로 비친다. 애초 위법 소지가 있었다면 미리 조치했어야 한다. 과거부터 해온 행정행위가 타당하다면 의연하게 대응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지 않으니 대북 저자세 비판을 부르고 남한 내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대북 정책 담당 부처는 북한의 기류에 민감하고 대응이 기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원칙과 일관성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