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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신동호와 진중권의 시 배틀

이흥우 논설위원


시만큼 사람의 감성을 어루만져주는 좋은 언어가 있을까. 시를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는 삶의 언어”라고 정의한 시인도 있다. 시에는 소설이나 수필 같은 다른 문학 장르에선 접하기 어려운 시만의 독특한 정취가 있다. 시는 내 마음을 특정인에게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때론 존경을 담거나, 때론 상대를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도구가 된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과 박목월 간에 오간 시 ‘완화삼’과 ‘나그네’는 전자의 경우다. ‘완화삼’은 지훈이 꽃을 즐겨 감상했던 절친한 친구 목월을 향한 헌시다. 목월은 ‘완화삼’에 대한 화답으로 ‘나그네’를 썼다. 두 작품을 읽으면 시가 그린 풍경이 절로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평화로움과 정겨움이 느껴진다. 반면 이방원의 ‘하여가’와 정몽주의 ‘단심가’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이방원의 호탕함과 정몽주의 지조가 맞부딪친 하여가와 단심가가 우리나라 ‘시 배틀’의 효시 아닐까 싶다.

600년의 세월이 흘러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과 진보 논객에서 문재인정부 저격수로 변신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SNS에서 시 배틀을 벌였다. 진 전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을 ‘의전 대통령’이라고 비판하자 시인이기도 한 신 비서관은 기형도 시인의 시 ‘빈 꽃밭’을 페이스북에 올려 그를 비꼬았다. “어느 날 아이가 꽃을 꺾자/ 일군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아이는 더 많은 꽃을 꺾었고/ 급기야 자기 마음속 꽃을 꺾어버리고 말았다….”그는 갈수록 문재인정부와 진보진영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진 전 교수를 꽃을 꺾는 아이에 빗댔다.

진 전 교수는 ‘빈 꽃밭’을 패러디한 ‘빈 똥밭’으로 응수했다. “어느 날 아이가/ 똥을 치우자/ 일군의 아이들이 아우성을 쳤다./ 아이는 더 많은 똥을 치웠고/ 급기야 그들 마음 속의 똥을 치워버리고 말았다….” 시 배틀이 저급한 언어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저질 공방보다는 좀 고상해 보이긴 하다. 논쟁을 하더라도 정치언어가 아닌 시의 언어로 한다면 정치가 훨씬 품격 있어 질 것 같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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