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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끝없는 ‘황제 시리즈’

손병호 논설위원


최근 서울의 한 공군 부대에서 금수저 출신 병사가 ‘황제 복무’를 해온 의혹이 제기돼 군이 감찰에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폭로된 바에 따르면 이 병사는 1인 생활관을 썼고 무단외출을 했다. 또 부사관들이 이 병사를 위해 빨래나 음료수 심부름을 했다. 해당 병사는 모 중견기업 부회장 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이 맞는다면 군대는 가되, 편하게 생활하다 제대하는 2020년대식 병역비리가 아닐까 싶다. 철저히 조사해 비리가 있다면 엄단해야 할 것이다.

잊을 만하면 소환되는 ‘황제’ 수식어는 부당한 특혜를 비판할 때 쓰는 말이다. 근래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황제 스펙’ ‘황제 소환’이란 말이 등장했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선 형 집행 과정에서 특권 논란이 많았다. 2년 전에는 8년 가까이 병보석 중이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밤거리에 나선 모습이 찍혀 ‘황제 보석’ 비판이 쇄도했다. 2014년에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구치소에서 하루 5억원씩 벌금을 탕감받는 ‘황제 노역’으로 논란이 됐다. 그 전해에는 ‘여대생 청부살인사건’에 연루된 기업체 회장 부인이 형 집행정지로 나와 병원 특실에서 생활해 공분을 샀다.

서민 정서와 동떨어진 유력자들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에는 춘천시장이 안마 기능을 갖춘 1400만원대 고급 시트를 설치해 ‘황제 관용차’ 논란이 일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부인은 지난해 7월 시립미술관 휴관일에 지인과 ‘황제 관람’을 했다가 남편이 대신 사과해야 했다. 지난해 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5시간30분씩 릴레이 단식을 벌여 ‘황제 단식’이란 조롱을 들었다. 유력자들은 ‘황제 골프’ ‘황제 테니스’처럼 운동을 할 때조차 특혜를 누리곤 한다.

황제 논란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지만 한편으로는 불평등과 특권을 파괴해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특권이 더 폭로돼야 더 공정해질 수 있다. 유력자들이 이번 일을 부당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게 없는지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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