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사설] ‘당위’만 있고 ‘어떻게’는 빠진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대북 메시지를 내놨다. 오랜 단절과 전쟁의 위기까지 어렵게 넘어선 지금의 남북 관계를 또다시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게 메시지의 요지다. 아울러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과 노력을 평가하면서 소통과 협력으로 문제를 풀 것을 북한 당국에 촉구했다.

그대로만 되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러나 북한이 탈북단체의 전단 살포를 트집 잡은 이후 취한 일련의 행동에 비춰볼 때 문 대통령 메시지에 호응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관심을 보일 만한 새로운 내용이 없어서다.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은 남과 북 모두가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엄숙한 약속’이라는 문 대통령 기대와 달리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정부 때 남북 정상이 합의한 모든 선언이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1차적 책임은 지엽적 문제를 지나치게 침소봉대한 북한에 있으나 정부의 책임도 없다 할 수 없다. 정부는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해 북한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접경지역에서의 전단 살포는 4·27 판문점선언 및 9·19 남북군사합의서 위반이다.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거라는 논리는 우리의 사정이지 북한에 그것까지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야말로 남북 체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순진한 생각이다.

대북전단 살포는 핑계일 뿐 북한의 진짜 불만은 4·27, 9·19 선언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데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경제에 코로나19가 더 큰 쓰나미를 몰고 왔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코로나19로 중국 국경까지 봉쇄되면서 북한은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들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남북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는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은 북한이 경제난으로 누적된 내부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안성맞춤 희생양이다.

이번 사태로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의 종속변수로 남아 있는 한 남북 관계 진전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게 다시 한번 드러났다. 한반도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우선순위가 다르다. 어떤 측면에선 북한보다 미국을 설득하는 게 남북문제 해결의 빠른 수순이 될 수도 있다. 남북 관계를 독립변수로 전환하기 위한 설득과 행동이 필요한 때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