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사설

[사설] 역사 왜곡 넘어 국제 약속도 저버린 일본의 몰염치

일본 도쿄 총무성 별관에 15일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는 아베 신조 총리 정부의 수준을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베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역사 자체를 부인하는 극우들의 행태를 보여왔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전시관은 이를 넘어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와의 약속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몰염치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201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메이지시대 산업유산 23곳을 소개하는 이곳에는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탄광 등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 7곳도 포함됐다. 등재 당시 일본 정부는 “1940년대 일부 시설에 많은 한국인 등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로 노역했다. 정보센터 설치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라는 (유네스코의) 권고를 충실히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당시 ‘징용 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강력하게 반발했던 한국을 고려한 조치였다.

약속과는 달리 이 센터에는 메이지시대 산업화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예 강제징용 피해 자체를 부정하는 증언까지 전시됐다. 태평양전쟁 당시 어린 시절을 군함도에서 보낸 재일교포 2세 스즈키 후미오는 인터뷰 영상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 오히려 귀여움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산업유산국민회의 임원이기도 한 가토 고코 산업유산정보센터장은 “당시 학대를 받은 사람은 없다”고 했다. 강제징용을 반성하기는커녕‘차별은 없었다’를 부각하는 전시가 됐다. 아베 총리는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한·일 청구권협정 위반이라며 “한국이 국제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해 왔다. 그러면서 정작 유네스코에서 국제사회를 향해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자가당착에 대한 반성이 없는 한 한·일 간 난제의 합리적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