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서재를 책으로 가득 채우고 싶어 하셨던 아버지는 매달 서점에 가서 책을 양손 가득 한 꾸러미씩 사가지고 오셨다. 어느 날 책장에 가득한 책을 보시면서 내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미래에도 사람들이 종이책을 읽을 거라고 생각하니?” 나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당시는 전자책은커녕 컴퓨터도 사용하지 않던 시기였다. “모든 정보를 압축해서 저장하게 되더라도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라는 식으로 겨우 답변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일어난 변화와 발전의 속도는 눈부셨다. 예전에 ‘미래의 도서관’이라는 프로젝트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스코틀랜드 예술가 케이티 패터슨의 제안으로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2014년부터 매해 작가 한 명씩을 선정해 비공개 원고를 받은 후 백년 후인 2114년에 원고를 개봉해 책으로 출간한다는 계획이었다. 우리나라의 한강 작가는 5번째 작가로 선정됐고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미래도서관 숲에서 열린 원고 전달식에서 흰 천으로 싼 원고를 전달했다. 이 기사를 읽으며 2114년에도 종이책이 출간되고 있을지를 상상해보았다. 그때도 인류가 종이책을 계속 읽고 있을지 확언할 수는 없다. 한 가지 희망적인 근거는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저장 장치 중 백년 이상 동안 보관 가능한 건 없었다고 한다. 디지털 환경이 계속 교체되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학위 논문을 저장했던 디스켓을 지금은 사용할 수조차 없다.

종이책은 몇 백년 이상도 보관이 가능하다. 전자책은 편리하지만 책을 읽은 후의 여운을 간직하게 해줄 물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계속해서 디지털 환경을 변화시켜 미래로 나아가지만 여전히 아날로그에 대한 선호도 남아 있다. 첨단 기술이 많은 것을 바꿔나가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게 존재하지 않을까. 책장을 직접 넘기며 만질 수 있는 책이 좋은 나는, 백년 후에도 종이책이 살아 남아 있기를 희망해본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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