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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 개혁 포기… 욕 먹는 일은 안 하겠다는 정부

국민연금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한 대선 공약의 하나다. 그런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연금 개혁과 관련해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안이 없다. (다음) 대선에서 주요 어젠다로 오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경사노위 논의를 거쳐 세 가지 국민연금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국회에 개혁안 결정을 떠넘겼다는 논란이 커졌다. 박 장관은 당시 국회에 출석해 “세 가지 안 중 단일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이를 뒤집은 것이다. 청와대의 기류를 반영해 사실상 문 대통령 임기 내 연금 개혁 포기를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현 제도 유지 시 국민연금 기금이 2057년 바닥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저출산·고령화의 악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정부가 추정한 2057년보다 3년 앞당겨 2054년으로 내다봤다. 국민연금 개혁 포기를 박 장관이나 복지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문 대통령 자신이 연금 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는 게 맞는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1월 7일 복지부가 마련한 국민연금 개혁안 초안에 대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정부 개혁안의 핵심인 보험료율 대폭 인상에 대해 일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자 바로 거부한 것이다. 당시 “청와대의 지시는 (연금 보험료는) 덜 내고 (연금은) 더 받는 ‘마법’을 부리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가 돌았다. 돌이켜보면 문 대통령이 정부안을 퇴짜 놨을 때 연금 개혁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었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국민에게 보험료 인상의 시급성과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최소한 설득을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결코 인기 없는 정책을 추진하는 ‘부담’을 지지 않았다.

여권이 역대 정부가 쌓아 놓은 재정을 쓰는 데는 한 치의 주저도 없으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개혁에는 손도 까딱하지 않는 것은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국민이 180석 가까운 압도적 국회 의석을 몰아준 것은 힘든 개혁도 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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