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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황제 복무, 군대인가 하숙집인가

유치원도 이 정도까지 규율이 없지 않을 것이다. 공군 소속 병사의 ‘황제 복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 군의 기강이 이렇게까지 무너졌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군대인지, 하숙집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 사건을 감찰 중인 군은 해당 병사에게 제기됐던 빨래·음료수 관련 부사관 심부름, 1인 생활관 사용, 무단 외출 등이 대부분 사실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여기에 더해 자대배치 과정도 조사 중이다. 정원이 1명인 재정처 보직에 전역이 10개월 남은 선임병이 있는데도 해당 병사가 추가 배치됐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병사의 특혜 의혹 못지않게 군이 과연 이래도 되는가 하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 기업체 고위 임원인 아버지가 수시로 연락해 아들을 배려해 달라고 부탁하도록 허용한 것도 문제지만, 이를 그대로 들어준 군은 어떤 사람들인가. 에어컨 온도 문제로 병영 갈등이 빚어진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1인실을 제공해 무마시킨 건 더 어처구니없다. 군에서 공용 정수기와 세탁기를 쓰기 싫다고 한 것이나 이에 상관이 생수와 빨래 심부름을 대신 한 것 역시 기막힌 일이다. 호텔 손님에게 방을 업그레이드해주고, 벨보이들이 빨래·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이게 군대인가.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런 일이 어디 이 부대에서만 일어났겠는가 하는 점이다. 군이 그동안 병영의 자율성 확대를 꾀하는 과정에서 군의 기강이 전반적으로 느슨해졌거나, 기강 문제가 생겨도 ‘시끄럽지 않은 게 낫다’는 식으로 덮는 데에만 익숙해진 게 아닌지 묻고 있다. 이런데도 소수의 일탈행위에 불과하다는 식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안일한 인식은 더더욱 문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장관부터 기강 확립에 앞장서고, 군 문화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해 최소한의 규율은 지켜지는 군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러니 북한이 우리 군을 깔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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