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취타’ 신드롬 탄 국악, 지구촌에 풍악을 울려라∼

BTS 슈가 노래, 유튜브 조회 폭발적… 국악인 7인조 ‘이날치’도 한몫

방탄소년단 슈가가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22일 발표한 신곡 ‘대취타’의 뮤직비디오. 조선시대 임금의 거둥에 연주되던 ‘대취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공개 직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조선의 궁궐과 저잣거리를 배경으로 한 감각적인 시퀀스가 돋보인다. 유튜브 캡처

“명금일하대취타(鳴金一下大吹打·징을 한번 울려 대취타를 시작하라) 하랍신다!”

우렁찬 호령에 맞춰 조선 시대 임금의 행차를 알리는 장중한 연주가 펼쳐진다. 왕의 거둥과 군례(軍禮)에 연주되던 행진 음악 ‘대취타’의 도입부다. 그런데 이 ‘대취타’에 감각적인 비트가 깔리고 화려한 래핑까지 얹어지니 완전히 새로운 감성의 곡으로 변신한다. 조선 궁궐과 저잣거리를 배경으로 제작된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현재 유튜브에서 조회 수 8400만회를 웃돌고 있다.

이 노래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가 ‘어거스트 디(Agust D)’란 이름으로 지난달 22일 발표한 신곡 ‘대취타’. 이 곡으로 슈가는 빌보드 양대 메인 차트인 ‘핫 100’과 ‘빌보드 200’에 진입한 한국 최초의 솔로 가수가 됐다.

전 세계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뮤직비디오에는 각국 언어로 약 90만개의 댓글이 달렸다. 또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에서 아미들은 흥겨운 리듬에 몸을 흔들거나 “울려라 대취타” 코러스를 연호한다. 국립국악원이 4년 전 유튜브에 올린 ‘대취타’ 설명편·감상편 영상은 그동안 조회수 수백회에 머물렀으나 슈가의 신곡 발표 이후 15만회를 훌쩍 넘겼다. 해외에서 쏟아지는 해설 요청에 국립국악원은 영어 제목과 자막을 단 버전을 발빠르게 만들었다.

영상 댓글란에서는 슈가의 곡을 통해 국악을 배웠다는 팬들의 반응이 많다. 김희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은 “유튜브 댓글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대취타’의 역사와 내용을 묻는 질문부터 음원을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악과 대중음악의 만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흔히 대중음악에 국악을 녹여 성공한 첫 사례로 태평소 능게가락을 샘플링한 1993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가 꼽힌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가수 신중현 김수철 송창식 김민기 조용필 등이 꾸준히 국악과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했다. 1980년대에는 국악의 대중화를 내건 신(新)국악운동 실내악 단체 슬기둥이 등장하기도 했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재능있는 창작자들은 그동안 국악과 현대 음악의 접목에 욕심을 내왔고, 작품성을 인정받은 곡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역시 ‘덩기덕 쿵더러러러’ ‘얼쑤’ 같은 장단·추임새를 넣은 곡 ‘IDOL’(2018) 등을 일찌감치 선보인 바 있다. 이번 ‘대취타’는 메인 테마로 국악을 앞세워 대중적 성공까지 함께 거머쥔 사례로서 의미가 크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월 국립국악원에 ‘대취타’ 음원을 요청했고, 슈가는 국립국악원에서 받은 여러 음원 중 정재국 명인의 호령으로 시작하는 1984년 버전을 택했다.

국악계는 ‘대취타’ 신드롬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통음악의 현대적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 국악연구실장은 “과거 비틀즈 등 외국 음악을 국악기로 연주하는 등의 일차원적 퓨전국악과 ‘대취타’는 다르다. 국악적 색채 위에 현대적 감성을 덧입혔기에 이 곡이 국악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교량’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취타’가 견인한 관심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국악을 중심으로 대중음악을 결합해 세계적 호평을 얻고 있는 국악 아티스트들이 이미 많이 활동하고 있어서다. 그룹 잠비나이나 소리꾼 이희문은 대표적이다.

지난 11~12일 LG아트센터 ‘2020 러시어워 콘서트’의 첫 주자로 나선 얼터너티브 팝밴드 이날치도 떠오르는 국악계 스타다. 영화 ‘타짜’ ‘부산행’의 음악감독으로도 잘 알려진 베이스 장영규를 주축으로 국악인들이 모인 7인조 이날치는 정규 1집 ‘수궁가’ 타이틀곡 ‘범 내려온다’로 단숨에 주목받았다. 신스팝 등을 국악과 버무린 사운드가 절묘하다. 최 평론가는 “최근 국악 출신 뮤지션이 선보이는 곡들의 음악적 완성도가 높다. 1960년대부터 이어진 국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 실험이 만들어온 성과”라고 평가했다.

실력파 국악인들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스타덤에 오르는 것도 국악계에는 호재다.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국악을 더 친숙하게 알릴 기회여서다. TV조선 ‘미스트롯’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송가인이 대표적이다. 송가인은 트로트 가수이기 전에 판소리 전공자로서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콘서트에서 종종 판소리와 민요를 불러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그의 어머니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수자인 송순단 명인으로 최근 송가인의 인기와 함께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7월 개봉하는 영화 ‘소리꾼’의 타이틀롤을 꿰찬 이봉근, JTBC ‘팬텀싱어3’에서 구성진 목소리로 화제몰이 중인 소리꾼 고영열, KBS 2TV ‘불후의 명곡’의 김준수·유태평양도 모두 국악계에서 활약 중인 스타들로, 국악의 외연 확장을 이끌고 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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