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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박원순과 이재명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기자는 경기도 성남시에 살면서 서울시를 취재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를 관심있게 지켜보게 된다. 한 사람은 취재 대상이고, 다른 한 사람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살림꾼이다.

이 지사가 2006년 성남시장 선거와 2008년 성남시(갑) 국회의원 선거에 떨어지더니 다시 도전해 2010년에 이어 2014년 성남시장 재선 그리고 2018년 경기지사에 당선되는 극적인 드라마를 유권자로서 목도했다. 박 시장은 2011년 보궐선거 이후 내리 3선을 한 최장수 민선 서울시장이다. 3년간 서울시를 출입하면서 행정가로서 그의 역량과 인간적인 면모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다. 시민운동 경력도 비슷해 박 시장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이 지사는 성남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냈다. 두 사람은 평소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에서는 성공적인 K방역을 이끈 주역들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기본소득과 고용보험 문제로 충돌했다. 이 지사가 기본소득제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자 박 시장은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이 더 시급하다고 맞섰다. 두 사람은 재난지원금 정책에서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 지사가 전 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20만원씩 지급한 반면 박 시장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긴급생활지원비를 최대 100만원 지원했다.

이 지사의 강점은 이슈를 치고 나가는 순발력과 행동에 나서는 결단력이다. 타이밍을 잡는 정치적 감각도 뛰어나다. 박 시장은 실용적이고 디테일에 강하다. 끝장 토론을 마다하지 않고 대화와 협치에 능하다. 이 지사가 저돌적인 돈키호테형이라면 박 시장은 심사숙고하는 햄릿형이다.

지금은 두 사람 모두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지사는 대선 주자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지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고,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상고심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박 시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박근혜정부보다 투명하고 신속한 대처로 지지율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답보 상태다.

두 사람 관계를 생각하다가 문득 2005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출입할 때 맥주 1위 하이트와 소주 1위 진로의 합병 건이 떠올랐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놓고 고심할 때 담당 국장이 기자들과 식사하면서 맥주와 소주가 대체재인지 보완재인지 물었던 기억이 난다. 비슷한 효용이 있어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재화를 대체재라고 하고, 함께 사용할 때 효용이 커지는 재화를 보완재라고 한다. 대체재일 경우 시장이 같아 독과점규제법에 걸려 결합 승인을 받기 어렵다. 당시 참석자들은 맥주와 소주를 섞어 마시며 보완재에 가깝다는 결론을 냈다. 결국 두 회사의 기업결합은 승인됐다.

박 시장을 맥주에, 이 지사를 소주에 비유하면 두 사람은 서로 대체재라기보다 보완재라고 생각한다. 박 시장은 맥주처럼 도수가 낮아 밋밋할 수 있지만 소주와 섞일 때 구미가 당긴다. 이 지사는 소주처럼 도수가 높아 거칠지만 맥주와 섞일 때 부드러운 목 넘김을 느낄 수 있다. 박 시장과 이 지사는 우리나라의 소중한 동량(棟樑·기둥과 들보)이다. 특히 지방분권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갖춘 적임자들이다. 두 사람이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선의의 경쟁을 펼칠 때 더 강해질 수 있다. 수도권 차원의 정책 연대를 위해서도 소통하고 동행하길 바란다. 그것이 기자처럼 서울로 출근하는 경기도민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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