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하지 않으면 공멸’… 신간 홍보 위해 경쟁사 마케터들이 뭉쳤다

[책마을 사람들] ‘신간 리뷰레인저’

‘신간 리뷰레인저’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 앞에서 자사 책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 오른쪽부터 고태석(토기장이) 강동현(무근검) 팀장, 정성운(IVP) 이재웅(좋은씨앗) 부장, 김정태 이레서원 팀장. 신석현 인턴기자

출판사 마케터 5명이 한 권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 매달 모인다. 신간이 나오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단톡방)에 한 줄 평을 정성스레 올려준다. 놀라운 건 모두 다른 출판사 소속이라는 것이다. 마케터가 경쟁사 제품(책) 홍보에 나서는 건 출판계를 넘어 다른 분야에서도 이례적이다.

이 모임의 이름은 ‘신간 리뷰레인저’다. 고태석(42) 토기장이 마케팅팀장과 이재웅(42) 좋은씨앗 영업부장, 정성운(42) IVP 영업부장과 김정태(38) 이레서원 마케팅팀장, 강동현(42) 무근검 총무팀장 5명이 모여 만들었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신간 리뷰레인저의 첫 출발은 ‘78 마케터 독서모임’이다. 고태석 팀장이 기독 출판계 1978년생 마케터를 모아 3년 전 시작했다. 친선 도모는 물론, 영업자로서 자사의 책을 꼼꼼히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출판사 영업자는 출판사와 서점, 독자를 연계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드시 책 내용을 알아야 해요. 독서모임이, 바쁜 가운데 책을 읽는 계기가 됐지요.”(이재웅 부장)

신간 리뷰에 본격적으로 나선 건 고 팀장이 2018년 일본에서 결성된 외식업체 마케터모임 ‘니쿠(고기)레인저’를 접하면서다. 일본 쇠고기덮밥 체인업체인 요시노야의 제안에 모스버거 KFC 등 4개 경쟁업체가 동참하면서 벌인 공동 마케팅 사례다. 이에 자극받은 고 팀장이 올해부터 ‘신간 리뷰레인저’로 명칭을 바꾸고 책 마케팅을 같이할 것을 제안했는데, 독서모임 구성원들이 선뜻 응했다. “평소 ‘공생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위기감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서로 협력해 새로운 길을 열어보자’는 공감대가 쉽게 형성됐습니다.”(김정태 팀장)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매달 한 번씩 열리는 독서모임과 온라인 단톡방에서 서로의 책에 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친분이 있으니까 조언도 신랄하게 할 수 있습니다. ‘개정판 내면 이런 점을 보완하라’거나 시도할만한 마케팅 포인트를 소개해줘요. 경쟁자로 보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정성운 부장)

주위에선 이들의 색다른 시도에 높은 점수를 줬다. 고 팀장의 도전에 흥미를 느낀 SNS 친구는 ‘신간 리뷰레인저’ 캐리커처를 제작했다. 서울 서초구 반디앤루니스와 두란노서원 양재지점은 아예 전용 매대를 제작해 5곳 출판사의 책을 한데 모아 판매했다.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널리 알려지진 못했어요. 독자 대상 플리마켓처럼 책으로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일을 더 많이 하려 합니다.”(고태석 팀장)

이들은 “신간 한 줄 평을 보고 독서의 지평을 넓히는 독자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신간 리뷰레인저가 기독 출판계의 독서 시장 전반이 커지는 데 도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업무가 아닌, 친구처럼 만나 책 이야기를 나눈 게 서로에게 큰 유익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오래 만나며 선한 영향력을 넓혀 나갔으면 합니다.”(강동현 팀장)

양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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