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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외교 결례와 금기

김의구 논설위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각 대장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그는 2시간가량 늦게 나타났다. 앞선 G20 정상회의 일정이 늦어진 탓이긴 했지만 2017년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담에서도 34분 지각했다. 2018년 문 대통령이 러시아를 국빈방문했을 때는 안방에서 열린 회담인데도 52분 연착했다. 박근혜 이명박 김대중 대통령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외국 정상도 마찬가지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4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심지어 프란치스코 교황도 대면을 늦춰야 했다. 외신들은 어려서부터 밴 잘못된 습관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회담장에 늦는 것은 이유 여하를 떠나 외교적 결례에 속한다. 회담에서는 상대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자세가 기본이다. 그래야 상대의 주요 관심사를 직접 들을 수 있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안 풀리는 문제도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교 현장에서는 이런저런 결례가 심심찮게 발생한다. 지난해 3월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 말로 인사를 건넸다. 실무진의 의전 실수였다.

결례보다 심각한 것은 금기를 위반하는 것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지난 1월 남북 협력사업 추진은 미국과 먼저 협의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개별관광 추진 의지 등을 밝힌 뒤였다. 대사가 주재국의 외교정책, 특히 정상의 발언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하는 건 금기다. 여당은 ‘미 대사가 조선 총독인가’라며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주권국가의 수반을 모욕하는 건 외교가의 대표적인 금기 사항이다. 최근 북한이 문 대통령을 겨냥해 독설을 쏟아내는 것은 금기를 깬 것일 뿐 아니라 지켜야 할 상식의 선을 아예 벗어난 행태다. 위기를 극단적으로 고조시키겠다는 의도겠지만, 그런 식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익한 반감만 불러일으킨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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