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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낙관론에 경도된 외교안보라인 제 역할하는지 의문이다

거듭된 북한의 도발과 상식 이하의 비난에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그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비롯한 외교·안보 원로들과의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이 같은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전제를 달았으나 전(戰)이 아닌 화(和)에 방점을 두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남측의 특사 파견마저 매몰차게 거부한 북한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제4차 남북 정상회담 제의가 유효하다”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발언은 뜬금없다. 북한이 작정하고 남북관계를 6·15 남북공동선언 이전으로 돌리려고 하는 마당에 나온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은 문재인정부 외교·안보라인이 지나치게 낙관론에 경도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국민의 생명 및 재산과 직결된 안보에 시행착오란 있을 수 없다. 북한 문제는 특히 한 치의 빈틈도 허용돼선 안 된다. 북한 정보는 있는 그대로 빼거나 보탬 없이 핵심 당국자 사이에 공유돼야 적합한 대북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인 지난해 10월부터 감지됐다고 한다.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없었더라도 북한이 대남정책을 대적정책으로 전환했을 것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정보 당국이 대비를 소홀히 했거나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보고를 했다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미래통합당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외교·안보라인 책임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이는 선에서 끝맺이할 일이 아니다. 김 장관 스스로 “현재의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던 시점이 있었다”고 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를 줄 알면서도 결과적으로 수수방관한 셈이 된 김 장관의 사의는 당연하다 하겠다. 김 장관이 물러난다 해서 결코 외교·안보라인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외교·안보라인 시스템의 재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문 대통령이 “남북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 수차 지시했음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인 외교·안보라인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더불어 우리의 독자적 움직임에 건건이 제동을 건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는 노력보다 지나치게 미국 측 입장만 옹호한 게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국제여론을 리드해야 한다. 그때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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