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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양날의 칼’ 통일부 장관

손병호 논설위원


통일부 장관 자리는 1969년에 처음 생겼다. 당시에는 한반도 전체 국토를 회복하자는 의미를 담아 국토통일원 장관으로 명명했다. 그러다 노태우정부 때인 1990년에 ‘국토’를 삭제해 통일원 장관이 됐고, 위상도 부총리로 격상돼 김영삼정부 때까지 이어졌다. 1998년 김대중정부가 출범할 때 부총리 자리를 다 없애면서 다시 장관급이 됐고, 이름도 통일부로 개칭됐다.

통일부 장관은 남북 관계가 좋을 때는 그 위상이나 역할이 막중하지만, 나쁠 때는 있으나 마나 한 자리다. ‘남북 기본합의서’가 도출됐던 노태우정부 때와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불발됐지만 첫 남북 정상회담이 합의된 김영삼정부 때는 당시 통일원이 가장 주목받는 부서였다. 역시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었을 때인 2004년에 노무현 대통령이 대권수업의 기회를 주기 위해 정동영 통일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동시에 입각시키자 정치권에서는 부처 위상 때문에 정 장관이 대권에 더 바짝 다가가게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후 정 장관은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왔고, 여당의 대권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반면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했던 이명박·박근혜정부 때는 누가 거쳐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유명무실한 자리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면직하면서 차기 장관 하마평이 무성하다. 여당의 이인영, 우상호 의원이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같은 정치인도 거론되고, 서호 차관의 내부 승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인한테는 이 자리가 양날의 칼이 될 것이다. 경색된 관계를 잘 풀어낸다면 차기 대권주자 또는 서울시장 후보로 입지를 다질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 정치적 무덤이 될 수 있다.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가 통일부 장관의 의지만으로 진전되기도 어려워 사실 현재로선 정치적 리스크가 큰 자리임에 틀림없다. 한때는 대권 코스로 선망하던 자리가 어쩌다 이렇게 위험한 자리가 됐는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것도 남북 정상회담을 세 번이나 한 정권에서 말이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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