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샛강은 물이 잔잔해서 물고기들의 좋은 산란처이다. 더구나 주변에 버드나무 숲이 우거져 있고 그늘이 져 고기들이 찾아들기 좋은 곳. 여기서 먹이를 찾는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같은 물새를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작가 J씨가 처음 보내온 사진에는 어미 흰뺨검둥오리가 새끼 여덟 마리를 이끌고 나란히 길을 건너고 있었다. 수많은 자전거들이 오가는 포장도로였다. 그 위험한 길을 오리 가족이 나란히 걷고 있다니. 사진에는 역광을 받아 반짝이는 새끼들의 깃털과 눈동자까지 선명하게 포착돼 있었다. 비록 사진이긴 해도 서울에서 이런 감동적인 순간을 맛보다니.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에 또 한 장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같은 흰뺨검둥오리 가족이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 오리 새끼가 반으로 줄어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J씨 설명으로는 새끼들이 어미를 따라 물에서 헤엄을 칠 때 커다란 가물치와 메기란 놈이 소리 없이 다가와 솟구치면서 새끼를 삼킨다고 했다. 새끼들이 은신할 갈대 같은 수초들이 없어 자신을 지키지 못한다나. 그래도 네 마리의 새끼가 건강하게 자라 어미가 되고 다시 둥지를 지어 새끼를 기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수년 전 밤섬에서 흰뺨검둥오리 둥지를 발견했을 때는 보금자리 안에 스무 개의 알이 들어 있었다. 섬을 벗어나면서 알에서 귀여운 새끼들이 깨어나길 기대했다. 샛강의 오리 가족도 시련을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줄다니. 문득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면서 고통과 슬픔 속에서 보낸 밤은 얼마나 길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어떻게 해결했는지 시간이 지나 다시 일상의 삶을 누리고 있지 않던가. 아무리 폭풍우 몰아치는 밤이라도 추위와 공포를 이겨내면 반드시 새벽이 온다고 했다. 우리도 이 어려운 시기를 참고 견디면 새로운 날이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다시 힘을 내자고 다짐한다.

오병훈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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