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1, 938, 1066. 올해 1, 2, 3월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의 수(잠정치)다. 매달 1000명 안팎의 사람들이 정신적·경제적 문제 등으로 막다른 길에 몰려 생을 포기하고 있다. 그나마 줄어든 거라고 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외로움, 고독감이 자살에 이르게 되는 중요한 이유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 사태처럼 전 국가적인 재난 상황이 닥치면 ‘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생각하는 경우가 생겨요.” 양두석 가천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을 맡고 있다. 모두 힘들어서 자살이 그나마 줄었다는 얘긴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자살 예방 전문가들은 올해 말과 내년 초를 벌써 걱정한다고 한다. 하반기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본격화되면서 도무지 생계를 이어갈 방법이 마땅치 않은 이들이 늘 것을 우려한다. 몇 달째 제대로 손님을 받아보지 못한 영세 자영업자부터 일감이 없어 가장 먼저 해고되는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언제나 그랬듯 재난은 가뜩이나 헐떡이던 이들을 먼저 구석으로 몰아세운다. 긴급재난지원금까지 투입해 가며 어떻게든 그 시점을 지연해 보려는 분투가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까지 가능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제대로 등교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도 걱정이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들은 ‘제대로 수업도 안 되는데 반수나 하자’며 우르르 수능 준비로 돌아서는 새내기 대학생들에게 입시경쟁에서 밀려버릴 공산도 있다. 이윤호 안실련 안전정책본부장은 “고3 학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행여나 극단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입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에 대비해 정부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들어본 바가 없다. 사실 문재인정부는 국정 운영 100대 과제 중 44번 항목에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확산’이라는 목표를 넣어 뒀지만, 달성을 위해 그리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어 자살 예방사업 등을 위한 예산은 올해 291억원이 책정됐다. 전년보다 73억원 증액됐다고는 하지만 일본에 비하면 여전히 40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수치도 나빠졌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공개한 ‘2020 자살 예방백서’를 보니 자살률(10만명당 자살자 수)은 2011년 31.7명에서 2017년 24.3명으로 꾸준히 줄어들다 2018년에는 26.6명으로 다시 늘었다.

늘 먼저 애가 타는 건 현장에서 자살 예방에 나서는 활동가들이다. 조금이라도 자살을 줄여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안실련은 우울한 표정으로 “마포대교로 가자”고 말하는 손님을 태웠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대처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어느 집이 요즘 힘든지 가장 속속들이 안다는 동네 미장원 사장님들도 교육하겠다는 계획도 세워 놨다. 코로나19가 자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조사에도 최근 착수했다고 한다. 기독교와 불교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자살 예방을 위해 종교계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강연하는가 하면, 기자를 만나 핀란드와 오스트리아 사례를 들며 유명인 자살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한국 언론의 문제를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이 빛을 보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활동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이 본부장은 “자살을 줄이겠다는 공언만 있었을 뿐이지 예산에서도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자살대책은 늘 뒷전이었어요. 하지만 사망자 수만 놓고 봐도 코로나19보다 자살이 더 무서운 문제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자살자는 사망하기 전 평균 6번의 자살을 시도한다고 한다. 돌려 말하면 자살을 결심한 이들의 마음을 돌릴 기회와 시간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부가 이 소중한 ‘골든타임’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정현수 사회부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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