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소환 ‘싹쓰리’, 혼성 그룹 부활 신호탄 쏠까

[한동윤의 뮤직플레이]

그룹 ‘싹쓰리’의 멤버 비 이효리 유재석(왼쪽부터). 이들은 각각 ‘비룡’ ‘린다G’ ‘유두래곤’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게 된다. 방송화면 캡처

MBC ‘놀면 뭐하니?’를 통해 유재석이 또다시 가수로 데뷔한다. 유산슬이라는 예명으로 트로트를 소화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여름 특수를 노려 댄스음악을 선택했다. 활동에 도움을 줄 사람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이효리와 비가 멤버로 발탁돼 혼성 그룹이 만들어졌다. 시청자들의 이름 응모를 받은 세 멤버는 ‘싹쓰리’를 쓰기로 했다.

얼떨결에 최강의 그룹이 결성됐다. 예능 블루칩 유재석, 앨범을 낼 때마다 변화를 시도해 화제가 되는 이효리, 최근 ‘깡 열풍’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한 비 등 명실상부한 톱스타들이 뭉쳤다. 음원차트를 싹쓸이한다는 이름 속 포부는 간단하게 현실화될 듯하다.

혼성 그룹이라는 점도 싹쓰리를 특별하게 보이게끔 한다. 1990년대에는 댄스음악을 하는 혼성 그룹이 넘쳐 났다. 잼을 비롯해 투투, 룰라, 쿨, 영턱스클럽, 자자, 스페이스A, 샵, 코요태 등 많은 혼성 그룹이 우후죽순처럼 나왔다. 하지만 새천년에 들면서 그 흐름은 빠르게 쇠퇴했다. 현재 댄스음악이 주메뉴인 젊은 혼성 그룹은 DSP미디어에서 제작한 카드(KARD)가 유일하다.

예전에는 가창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혹은 여성 멤버가 내보이는 부드럽거나 귀여운 이미지로 안정적인 구도를 연출하고자 혼성 그룹을 기획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수들 간 협업이 활발해지면서 그런 면을 쉽게 충족할 수 있다. 더욱이 다른 가수와의 합동 작업이 더 큰 관심을 낳으니 성별이 다른 멤버를 굳이 들일 필요가 없다.

또한 단일 성별로 이뤄진 팀은 그룹 내 스캔들에서 자유로워진다. 누가 누구랑 사귄다는 얘기가 돌면 팬들의 마음은 금세 요동친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면 팬들은 아예 등을 돌리기도 한다. 팬들은 좋아하는 가수가 자기만 바라봐 줬으면 하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확고한 까닭이다. 수익 창출 대부분을 팬클럽에 의지하는 추세로 가요계 환경이 바뀜에 따라 위험 요소를 안고 시작하는 혼성 그룹 제작은 오래전에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혼성 그룹이 거의 전무하게 된 터라 싹쓰리는 30대 이상의 음악 애호가들에게 특히 반갑게 느껴질 만하다. 게다가 90년대를 추억하는 분위기가 뜨거운 요즘, 여자 한 명과 남자 두 명의 구성이 그 시절 가요계에 흔했던 풍경이었기에 싹쓰리는 반추의 매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복고의 신흥 세력이 돋보이는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고 싹쓰리에 의해 혼성 그룹 붐이 개막할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들은 미디어가 만든 이벤트일 뿐이다. 오랜 경력으로 저마다 두터운 지지층도 존재해서 흥행이 보장된다. 대중음악계에서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려면 신인 성공 모델이 다수 생겨나야 한다. 하나의 그룹을 선보이는 데 아무리 짧아도 3년은 걸리니 곧바로 혼성 그룹을 제작하기란 쉽지 않다. 싹쓰리는 추억을 재생하기 위한 용도로 적당할 것이다.


한동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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