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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노총의 황당한 25% 최저임금 인상 요구

민주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1만770원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올해 최저임금(8590원)보다 25.4% 인상된 금액이다. 민노총의 인상안은 최저임금제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황당한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원칙적으로 노동의 가격인 임금도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하지만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임금 결정 과정에 국가가 개입해 사용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도록 강제한 것이 최저임금제다.

국가가 개입한다고 해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기준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것은 물가와 경제성장률, 고용상황 등 전반적인 경제지표다. 이미 한국 경제는 지난해 ‘재정주도성장’이라고 할 만큼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한껏 확대했지만 성장률은 2%에 겨우 턱걸이했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올해는 물가상승률은 0%대 초반, 성장률과 취업자 증가 폭은 역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사태가 길어져 내년에도 성장세가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비상시국인 만큼 내년 최저임금은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이기적이라고 탓하기 어렵다.

이런데도 25%를 올려 달라는 요구는 최저임금제에 대한 민노총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한다. 최저임금 제도를 노사 간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상생안을 끌어내는 자리가 아니라 정치 투쟁의 장(場)으로 여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민노총의 과도함은 같은 노동계 파트너인 한국노총이 “비현실적”이라며 당혹해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수많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재정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다. 이런 때에 최저임금을 이처럼 올려 달라는 것은 실현 가능성을 떠나 비윤리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첫째는 기업은 망하든 말든 자신들과 상관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비상시국에서 기업 수익으로 안 되면 세금으로라도 자신들의 배를 채워 달라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민노총이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추기를, 그리고 최저임금 제도를 더 이상 정치화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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