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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수업 못해 남은 불용예산 돌려주는 게 당연

이해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반값등록금운동 이후 다시 한번 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목소리가 한국사회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서명운동, 기자회견, 농성은 물론이고 경북 경산에서 세종까지, 세종에서 다시 국회로 모두 합쳐 380㎞에 이르는 국토대장정이 진행됐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에서 진행하는 등록금 반환 소송인단에 참여한 학생들은 2500명에 이른다. 대학생들의 끊임없는 행동으로 등록금 반환은 사회적 이슈가 됐고 여당·정부·청와대 협의를 통해 등록금 반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까지 나왔다.

학생들이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원격수업으로 인한 수업의 질 하락’과 ‘시설 미사용’이다. 지난 3월 전대넷에서 실시한 ‘코로나19 대학가 수업권 침해 사례조사’에 따르면 6261명의 학생들은 교수자와의 소통 미비(53.1%), 계열별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수업 진행(49%), 학교별 온라인 강의 서버 접속 오류(46.2%) 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이 한 학기 내내 도서관, 각종 실험·실습 장비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대학들은 등록금 납부 당시 약속했던 계약 내용을 이행할 수 없게 됐다. 학생들은 등록금 반환과 코로나19 대책 논의 과정에서 지난 2월부터 학생 참여를 요구했으나 학교별로 구성된 대책위원회에 참여해 의견을 제출하고 동등하게 대화하는 대학은 전무하다. 법적으로 보장된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도 대학들은 “등심위는 등록금을 책정하는 기구이지 반환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체가 아니다” “하반기에 들어서야 회계가 마감된다”며 논의를 미루고 있다. 학교가 무성의하게 나오자 교육부와의 면담을 진행했으나 교육부는 “등록금은 총장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문제 해결의 주체가 부재한 것이다.

학생들이 요구하는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다. 대학들이 미사용 차액을 반환하는 것이다. 전대넷은 상반기 등록금 반환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반환 근거는 등록금 일부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 불완전이행으로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등이다. 납부한 등록금 중 사용되지 않은 돈(불용예산)을 돌려 달라는 건 당연한 요구다. 각종 회의체에 들어가는 학생 대표자들조차 제대로 된 사용 내역을 받지 못하는데 일반 학생들의 정보 접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소송을 통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난방비, 전기수도료 등 실비 항목의 사용 내역을 대학 당국에 요구하고 차액을 충분히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초로 등록금 반환을 발표한 건국대가 반환하는 금액이 20만원으로 알려지자 대학생들은 실망했다. 등록금 반환 금액에 대해 학생들은 ‘납부한 등록금에 비례하여 지급’(54.3%) ‘반액 반환’(55%) ‘20~30% 반환’(28.4%) 등으로 답했다.

두 번째는 교육부의 적극적인 개입이다. 고등교육법 제5조에 따르면 학교는 교육부 장관의 지도·감독을 받는다. 납부 명목과 사용 내역이 불투명했던 입학금과 기성회비는 학생들의 소송을 통해 폐지됐고 관련 법안 통과와 대학-교육부의 재정부담 협의안으로 일반재정지원이 확대됐다. 2011년에는 104개 사립대학에서 적립금 약 7000억원을 장학금으로 용도 전환했다. ‘자율성’이라는 명분으로 재정 불투명성을 용인받았던 대학 당국의 횡포에 제동을 걸고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한 사례다. 교육부가 의지가 있다면 등록금 반환 재원 문제 역시 해결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폭발한 지금의 사태는 등록금 반환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국가장학금 제도 도입에도 10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등록금 부담, 사각지대에 놓인 대학생 주거 문제, 불투명하게 운영된 대학재정, 학생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전혀 참여할 수 없는 구조 등 우리나라 대학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대학, 정부, 국회가 학생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할 때다.

이해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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