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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리 뺏긴 수요시위… 정의연 자성의 계기 삼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가 보수단체의 선점으로 원래 장소에서 열리지 못하게 됐다. 1992년 1월 8일 시작된 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23일 자정부터 7월 중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집회 신고를 한 탓이다. 자유연대 측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각성하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정의연 이사장)이 사퇴할 때까지 집회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의연은 “수요시위 자리를 빼앗긴 것은 한국 사회가 30년 전으로 후퇴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수요시위는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에 앞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회원 30여명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가지며 시작됐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 연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할 때까지 매주 수요일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28년간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진행됐다. 위안부 운동은 그동안 시민사회의 수많은 활동가가 연대하고, 어린 학생들도 참여하며 세계사적인 인권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처럼 ‘결코 부정하거나 폄훼할 수 없는 역사’로 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

최근 정의연은 부실 회계 공시와 후원금 회계 누락 등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의혹은 검찰 수사를 통해 철저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의연과 수요시위는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 그 누구도 수요시위의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려는 시도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의연도 이번 기회에 그동안 성역처럼 여겨지던 수요시위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뼈아프게 자성해야 할 것이다. 보수단체뿐 아니라 수요시위를 지지해온 많은 시민들이 느낀 실망과 의심의 눈초리를 기억해야 한다. 위안부 피해자이자 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는 수요시위가 불필요하다고 했다. 28년간 계속돼온 운동의 방향성과 방법에 대해 정의연 내부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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