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당장 공연 못 할 수 있다는 생각… 그래서 더 소중”

뮤지컬 ‘렌트’ 11년 만에 주연으로 복귀한 최재림

2009년 뮤지컬 ‘렌트’의 콜린 역으로 데뷔해 11년 만에 콜린으로 돌아온 배우 최재림의 모습. 어느덧 베테랑 뮤지컬 배우가 된 그는 콜린의 고민을 폭넓게 이해할 여유가 생겼다. 최현규 기자

1990년대 록 뮤지컬 최고의 히트작 ‘렌트’의 원작은 1896년 초연된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이다. 딱 100년 뒤인 1996년 미국 뉴욕의 오프브로드웨이에 등장해 파란을 일으켰으며 3개월만에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당시 뮤지컬에 마약, AIDS 등의 소재를 녹여내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렌트’가 올해 한국 공연 20주년을 맞았다. 뮤지컬 배우라면 ‘렌트’에 애정이 많지만 자신의 데뷔작일 경우 더더욱 특별할 수 밖에 없다. 2009년 ‘렌트’로 데뷔했던 배우 최재림이 11년 만인 올해 같은 작품에 출연한다. 최재림은 19일 국민일보와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시기에 ‘렌트’로 관객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개막한 ‘렌트’는 뉴욕에 사는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린다. 작곡가 겸 대본가 조나단 라슨은 초연 하루 전 갑작스런 심장 이상으로 요절했는데, 이 작품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로 여겨진다.

최재림은 11년 전과 마찬가지로 극중 컴퓨터 천재 콜린을 연기한다. 다만 베테랑 배우가 된 그는 이번엔 콜린의 고민을 폭넓게 이해할 여유가 생겼다. “데뷔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해석의 깊이가 생긴 것 같아요. 마냥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콜린의 아픔이 보여요. 콜린을 둘러싼 상황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극중 여러 예술가들 속에서 콜린의 무던함은 최재림과 닮아있다. 그는 “콜린을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건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서다”라며 “살면서 많은 일이 있었지만 침착하게 포용하는 느낌의 콜린은 나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렌트’는 라슨의 요절로 미완성작으로도 꼽히지만 뮤지컬 가운데 유난히 배우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 이유에 대해 최재림은 “정제되지 않은 거친 맛이 있다”며 “서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면서도 헐거운데, 그 빈 부분을 배우의 역량으로 채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1년 전에 이 작품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는데 이번에도 여전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침체한 공연계에 대해 안타까움도 전했다. 최재림은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 않나. 당장 내일 공연을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며 “그래서 더 소중하고 감사하다. 공연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고 말했다.

현재 ‘렌트’의 모든 배우와 스태프는 방역 지침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안전한 공연을 위해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분장실로 들어가려면 여러 관문을 거쳐야 할 정도죠. 모두가 아침 11시에 문진표를 작성해요. 현재 몸 상태가 어떤지, 전날 어디를 다녀왔고 뭘 했는지 보고하죠.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당연하고 발열 체크, 개인 청결에도 신경 쓰고 있어요. 배우 모두가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의 사랑, 우정, 공동체, 열정을 그린 ‘렌트’가 갖는 의미도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최재림은 “코로나19라는 힘든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치유를 필요로 하지 않나. 그래서 사랑과 공동체를 그린 이 작품이 더욱 와닿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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