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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교 금도 깬 볼턴 회고록, 한반도 정세 악용 말아야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출간 예정인데, 사전에 공개된 회고록 주요 내용이 외교적으로 엄청난 폭발력을 갖는 데다 매우 민감한 내용이어서 더욱 그렇다. 당장 미국은 물론 한반도 정세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등 외교적으로 민감한 협상장에서는 말 한마디 한마디뿐 아니라 순간적인 태도와 분위기도 매우 중요하다. 국제적 외교 협상에선 국익을 위해 때론 아첨꾼이 되기도 하고, 때론 깡패가 되기도 한다고 외교전문가들은 전하고 있다. 그래서 주요 협상장 발언이나 태도 등은 공개하지 않는 게 외교적 관례다. 회고록은 개인의 경험 등을 주관적으로 기록, 철저히 자기중심적 해석과 논리가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북 초강경파인 볼턴 전 보좌관은 대표적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다. 북한·이란·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공개 지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회고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아주 노골적인 표현으로 비하했다. “북·미 관계는 볼턴 때문에 망쳤다”고 토로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볼 수 있듯 그는 북·미 회담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우리가 희망하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의 눈에 비친 북·미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북한 비핵화 및 남북 협상 등이 어땠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2일 볼턴 회고록에 대해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며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미국의 전직 핵심 외교·안보 관리가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회고록에서 공개한 것 자체에 대해 심히 유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공개된 사실과 정황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우리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국익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강경파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김정은 위원장 등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겠다. 또 지나친 외교적 저자세 등 전략 부재는 없었는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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