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은 국가와 국민의 합작… 한국서 공연하게 돼 영광”

[인터뷰]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공연차 방한 이선아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공연 차 파리에서 입국한 무용수 이선아(오른쪽)와 유럽의 저명한 무용평론가 토마스 한 부부. 부부는 두 달간 한국에 머물며 각종 무용 공연, 워크숍, 강연 등에 참여할 계획이다. 최현규 기자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해온 안무가 겸 무용수 이선아는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다음날인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실로 향했다. 27일과 28일 이틀간 진행하는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공연에서 선보이는 신작 ‘UN·COVER’ 연습을 위해서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전 세계 공연계가 침체된 상황에서 한국 무대에 설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선아는 지난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 중 일본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무용계에서 자신이 직접 안무하고 추는 솔로춤으로 이름을 알렸다. 신체의 근육과 관절을 이용한 섬세한 춤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이며, 4년만의 한국 공연에서 선보이는 ‘UN·COVER’ 역시 연장선상에 있다. 이 작품은 약육강식의 일상 속에서 권력을 쫓아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선아는 “한국이나 프랑스나 문화는 다르지만 있는 척하거나 서열을 나누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가면을 벗으면 모두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면서 “이번 작품은 가면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사람들 가치를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이번 공연 이후에도 계속 발전시켜갈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선아가 지난 2015년 출연한 프랑스 안무가 뤽 베통의 ‘라이트 버드(Light Bird)’. 이선아 제공

이선아는 2015년부터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안무가 뤽 페통이 이끄는 르게떠 컴퍼니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페통은 무용수와 동물이 함께 추는 춤으로 특히 유명하다. 이선아는 2015년 4명의 무용수와 4마리의 학이 함께 춤춘 ‘라이트 버드(Light Bird)’로 페통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라이트 버드’는 2016년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이 예정됐지만 당시 한국에서 조류독감이 터지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이선아는 늑대, 부엉이와 함께 춘 ‘삶과 죽음 사이(Les Transis)’에 출연했으며 최근엔 동물 없는 남녀 듀엣춤 ‘조용한 꿈(Silent Dream)’에 출연했다. ‘조용한 꿈’은 유럽에서 투어 공연이 진행중이었지만 코로나19로 중단된 상태다. 이선아는 “뤽 페통은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계를 시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하는 안무가”라면서 “그의 작품이 한국에 소개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이선아와 국민일보의 인터뷰에는 그의 남편이자 유명 무용 평론가인 토마스 한이 동석했다. 독일 출신의 한은 1990년부터 파리에서 거주하며 프랑스어 및 독일어권의 무용 전문지의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공연예술 관련 프랑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파리시립극장 등 프랑스의 주요극장 무용 프로그램 작가인 그는 유럽의 다양한 무용 페스티벌에서 모더레이터 겸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아내와 두달간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그는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공연장 방역 시스템과 공연계 상황 등을 프랑스와 독일 언론에 기고할 예정이다.

한은 “파리에서 8주간 락다운(봉쇄)을 경험했던 터라 한국에 입국해 2주간의 자가격리가 낯설거나 괴롭지 않았다”면서 “한국은 감염병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K방역은 국가와 국민의 합작이다. 국가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국민은 철저히 지켰다”면서 “덕분에 공연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고 계속될 수 있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다행히 프랑스에서도 최근 공연계가 조심스럽게 기지개를 켰다. 파리시립극장이 지난 20일 문을 열었으며 취소됐던 아비뇽 페스티벌 등은 가을에 재개할 예정이다. 이선아는 “프랑스 정부가 공연장에서 객석 거리두기를 권고했지만 공연계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거부했다고 들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연계가 거리두기로 논란을 겪는 듯 하다”고 말했다. 한은 “올해 파리시립극장에서 예정됐다가 코로나19 탓에 취소된 국립창극단의 공연이 머지 않은 시기에 다시 성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은 오는 30일 한국춤비평가협회 초청으로 ‘유럽의 춤비평문화’를 강의할 예정이다. 그의 내한 소식에 춤비평가협회가 특강을 부탁한 것이다. 부부는 7월 2~4일 제주도에서 즉흥춤 공연, 워크숍, 토론회 등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아내와의 만남 이후 한국 공연계를 깊이 접하게 된 그는 “프랑스는 1980년대부터 현대무용이 대중화됐으며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프랑스에서는 생물학, 기계학 등 다양한 전공을 한 사람들이 안무가가 된다. 또한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의 무용이 모이기 때문에 여러 스타일의 접목이 이뤄진다. 프랑스 무용계의 참신함은 여기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무용수 대부분이 어릴 때 무용을 시작해 입시 경쟁을 통해 대학에 들어간다. 그런 정형화된 커리큘럼이 한국 무용계에서 아쉬운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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