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경찰서 수사관들이 23일 오전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 계곡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탈북단체가 띄운 것으로 추정되는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을 수거하고 있다. 길이 3m 크키의 대형 풍선은 이 단체가 전날 밤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북한 방향으로 띄운 것이다. 연합뉴스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 22일 대북전단 50만장을 기습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전단을 살포하는 데 필요한 대형 풍선 20개를 날려 보냈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이들이 실제로 날린 건 1개이며 그나마 북한 지역으로 넘어가지도 않았다고 보고 이를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 우리 정부는 이들이 전단 살포 행위를 계속하고 허위사실로 남북 긴장까지 높이고 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2일 밤 11~12시쯤 경기도 파주에서 대북전단 50만장과 1달러짜리 지폐 2000장, SD카드 1000개 등이 담긴 풍선에 ‘어찌 잊으랴 6·25, 민족살육자’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매달아 북측으로 날려 보냈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하나 둘 셋’이라는 소리와 함께 대형 풍선이 하늘로 날아간다. 강원도 홍천 야산에선 이 단체가 날린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풍선 1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주장이 정황상 신뢰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통일부는 “(전단을 날리는 데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 내역과 지난 22~23일 풍향 등을 유관기관이 확인·검토한 결과 북측으로 날아간 전단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홍천 야산에서 발견된 게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날린 유일한 대형 풍선이라는 얘기다.

실제 경찰은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형 풍선 1개를 띄울 수 있는 수준의 헬륨가스를 구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22일 밤 11시 경기도 파주에는 북서풍(서북쪽에서 동남쪽으로 부는 바람)이 불었고, 자정부터 23일 새벽 3시까지는 바람이 불지 않았다. 대형 풍선을 띄웠어도 북측으로 날아가기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홍천에서 발견된 대형 풍선에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주장한 1달러짜리 지폐와 SD카드 등도 없었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박 대표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 22일 밤 경기도 파주에서 기습적으로 날려보낸 대북전단 살포용 풍선에 달려 있던 현수막이 23일 강원도 홍천의 야산에서 발견됐다. 김정은 일가 사진 아래 ‘민족 살육자’라고 적혀 있다. 풍선은 파주에서 동남쪽으로 70㎞ 떨어진 이곳까지 날아왔다. 연합뉴스

통일부는 박 대표 등에 대해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속적으로 전단 및 물품 살포를 시도한 데다 허위사실로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켰기 때문이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과 13일 담화문을 통해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 행위를 맹비난한 바 있다. 통일부는 “관계기관이 박 대표 사무실 및 주거지에 대해 강력히 단속할 것”이라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11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을 남북교류협력법과 항공안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하고, 법인 설립 허가 취소를 위한 청문 계획도 통보한 바 있다. 경기도도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대북전단 살포 단체 4곳을 사기 및 자금유용 등의 혐의로 전날 밤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측 주장대로 실제 북측으로 넘어간 전단은 없지만, 북한이 이번 일을 빌미 삼아 언제든 추가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우리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여전히 막지 못하고 있다며 비난에 나설 수 있다”며 “이후 대남전단 살포를 시작으로 대남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갈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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