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를 처음 품에 안던 날
내가 첫 아기를 낳고
친정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그날 어머니는 쌀과 미역을 소반에 올리고
밤늦도록 두 손을 비비며
아기의 명을 빌었다.
첫이레가 되던 날
떡시루 안 참기름 종지에서는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아직도 그때의 어머니 모습과
마음 한쪽이 환해지는 작은 불꽃
잊을 수 없다. 마치 꿈속 같은
그때의 일들이 떠오르면
나는 마음속 옛집 마당에 들어서곤 한다.
노을이 지고 밤의 적막이
꿈틀거리기라도 하면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어머니……
오래된 기도가 내 안에서
여명처럼 번진다. 기도와 함께
강보를 꼭 여며 손녀를 품에 안는다.
손녀는 눈을 감은 채
살짝 웃어주고서는
새근새근 숨 쉬며 이내 잠든다.

김화정의 ‘물에서 크는 나무’ 중

시인은 손녀를 처음 품에 안던 날, 첫 아기를 낳고 친정에 갔던 기억을 떠올린다. 시인의 어머니는 손녀를, 그러니까 시인의 딸이 무병장수하기를 기원하는 기도를 드렸다. 저 시에는 시인의 어머니→시인→시인의 딸→시인의 손녀로 이어지는 삶의 숭고한 무늬가 숨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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