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호용한 (17) 처남이 해오던 우유 배달 후원, 교인들이 이어가

처남 사업 힘들어져 후원 연장 어렵게 돼 주일예배 때 교인들에게 도와달라 호소

호용한 옥수중앙교회 목사(오른쪽)가 2015년 12월 교회 인근에 거주하는 어르신께 우유를 전하며 활짝 웃고 있다.

2006년이 되면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처남이 후원을 약속한 3년이 다 됐기 때문이다. 처남은 우유 배달을 시작할 수 있게 첫 단추를 잘 끼워줬을 뿐만 아니라, 3년 동안 꾸준히 ‘매달 200만원 후원’이란 약속을 지켰다.

이렇다 할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교회 재정으로 우유 배달을 계속할까도 생각됐지만 이미 없는 재정을 아껴가며 구제와 장학 사업을 하는 상황에서 매달 200만원을 따로 책정하기는 불가능했다.

고민 중에 처남에게 후원을 더 부탁해 볼 요량으로 아내에게 요즘 처남 사업이 어떤지 넌지시 물어봤다. 염치없는 일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내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는 나를 맥 빠지게 했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졌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풀이 죽어 있는 내게 하나님께서 다른 길을 열어 주실 거라며 격려했다.

하루는 금호동에 혼자 살고 계시는 할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는 3년 전부터 우유를 잘 받아먹고 있다고 인사를 하곤 어렵게 말을 이었다. “이번에 일산에 있는 아들 집으로 가게 됐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일산에 가서도 우유를 받고 싶어서요.”

처음 있는 일이라 금방 답변을 드리지 못했다. 내가 주저하는 것을 아셨는지 할머니는 시골에서 올라와 금호동에서 처음 셋집을 얻은 이야기며, 먹고 살려고 안 해본 일이 없다는 이야기, 가난한 탓에 자식들의 공부를 제대로 못 시켜 미안하다는 이야기 등 눈물까지 흘리시며 고달팠던 삶을 털어놨다.

할머니께 “일산에 가셔도 우유를 배달해 드리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잘못 말했나 싶기도 했다. 우유 배달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한데 괜한 약속을 했나 싶었고 고독사를 막자고 우유 배달을 시작한 건데 원래 취지와 안 맞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한 약속을 번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우유 배달을 하길 잘했고 멈추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200ml짜리 작은 우유 한 팩을 주는 사람은 물론이고 받는 사람도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돌아오는 주일예배 때 교인들 앞에서 광고를 했다. “처남이 해 오던 우유 배달 후원이 이제 끊기게 됐습니다. 저를 포함해 우리 교인들 25명이 한 달에 10만원씩만 내면 우유 배달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배를 마치자마자 세 가정이 후원 의사를 밝혔고 문자로도 후원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25명이 채워지기까지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한 교인은 “목사님, 우리 동네만큼은 고독사가 없어야죠. 정기적으로 후원은 못 하지만 힘닿는 데로 돕겠습니다”라고 연락해왔다. 대부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홀몸어르신들을 위해 지갑을 열었다. 처남에 이어 교인들의 후원은 우유 배달을 이어가게 한 귀중한 마중물이 됐다. 하나님은 우리 교인들의 헌금을 과부의 두 렙돈처럼 기뻐하셨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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