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조국 교수 딸 조민씨의 대한병리학회 논문 제1저자 논란 당시, 조 교수 지지자들이 주문처럼 외우던 말이 있다. “그럼 나경원 의원 아들은요?” 최근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왔다. 서울대가 반년 이상 조사한 끝에 나 전 의원 아들의 제1저자 등재가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해당 발표문 작성 과정에서 제1저자로 불릴 만한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제4저자로 등재된 또 다른 발표문에 대해서는 “경미한 연구윤리 위반”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사실 조 교수 자녀가 썼다는 논문의 오서십(authorship), 즉 누가 진정한 제1저자인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학문 연구자들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뿐 아니라 사회 지도층 전반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연구진실성위원회를 가동해 비교적 조기에 논란의 종지부를 찍은 것 역시 그런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라 본다.

그런데 올 들어 4월 총선 이후 학문 연구자들과 사회 지도층에 대한 불신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 논란이 된 논문의 교신 저자로서 조민씨를 제1저자로 선정해준 단국대 장모 교수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조민씨가 논문 작성에 가장 큰 기여를 했기 때문에 제1저자로 선정했으며 논문 제1저자 결정은 100% 자기 권한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대한병리학회가 소환했을 때는 별 항변도 못했던 그가 재판에서는 ‘자기 권한’을 강조한 것이다.

공동연구 논문의 경우 제1저자를 연구 관리책임자인 교수가 선정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 교수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 그의 판단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최종 판단은 결국 해당 분야 학문 공동체가 내린다. 연구 업적에 대한 교수의 평가는 연구자로서 학문 공동체의 권한을 위임받은 것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보자. 학생이 전문 연구자로 인정받는 최초 단계가 박사학위이다. 학위과정의 최종 단계는 디펜스(방어)이다. 후보자를 놓고 박사과정 심사위원들이 모여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것이다. 디펜스에서는 여러 질문이 제기되지만 지도교수는 보통 방어해 주지 않는다. 방어는 오롯이 후보자 개인의 몫이다. 심사위원 중 일부가 논문 통과에 반대하면 디펜스에서 탈락한다. 심사위원회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학위는 없다. 학위를 받아도 끝이 아니다. 논문은 일반에 공개된다. 누구든 의문이 있다면 저자에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보면 학위 수여 권한이 1인의 절대 권력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교수는 독재자가 아니다. 그의 권한은 학문 공동체의 활발한 토론 속에 견제된다. 박사 통과는 교수 1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전문가들이 검증해 결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오서십 검증의 본질이다. 최종적인 연구 업적 평가는 복수의 전문가들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원칙은 비단 박사논문뿐 아니라 학계의 모든 논문에 원칙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본질을 이해한다면 장 교수 항변의 문제점도 바로 알 수 있다. 조 교수 자녀가 해당 논문의 제1저자인지 여부는 장 교수 혼자 자의적으로 정한다고 끝이 아니다. 일단 논란이 제기됐다면 전문가들의 검증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이라도 조 교수 자녀가 대한병리학회에 출석해 왜 자신이 제1저자인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대가 나 전 의원 아들 제1저자 논란을 끝낸 것처럼 대한병리학회가 해당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복수의 병리학 전문가들이 조 교수 자녀를 제1저자로 인정한다면 누가 토를 달겠는가.

장 교수 역시 지금이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자기 권한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다면 학계 동료들 앞에서 자신의 제1저자 선정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해명은 없이 ‘권한’만 강조한다면 우리 국민의 지식인과 사회 지도층에 대한 불신과 냉소는 깊어만 갈 것이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정치학 교수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