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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 달 협상결과가 18대 0이라니… 협치 실종된 국회

한 달을 끌어온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단 한 발자국도 진전되지 못한 채 29일 끝내 결렬된 것은 여야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 때문이다. 유례 드문 국가 위기 상황에서 이런 사태를 초래한 여야의 무책임한 행태는 국회사(史)에 고스란히 남아 두고두고 비판받을 것이다. 협상 결렬 뒤 더불어민주당은 자당 의원으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다 채워넣었다. 여당의 단독 선출로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한 건 12대 국회 때 이후 처음으로, 21대 국회를 협치 국회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는커녕 35년 만에 불미스러운 오점을 남기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일을 시작으로 앞으로 4년 내내 여야가 사사건건 충돌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된다.

이번 원 구성 협상은 애초부터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고,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의 정파적 이익이 충돌하면서 결국 파국으로 이어지게 됐다. 176석의 압도적인 의석을 가졌기에 법안 처리의 키를 쥔 법사위원장 자리는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는 민주당의 태도는 초지일관 오만했다. 협상 와중에도 야당이 양보하지 않으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다 차지할 수 있다고 수시로 으름장을 놓았다. 뾰족한 대안 없이 제1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갖는 게 국회 관례라는 주장만 되풀이한 미래통합당 역시 융통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법사위원장 임기를 전반기와 후반기로 2년씩 나눠 맡자는 통합당 제안이나 전반기는 여당이 가져가되 차기 대선 이후인 후반기에는 집권당이 가져가게 하자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조금씩만 좁혔으면 협상을 타결지을 수 있었는데도 여야는 결국 최악의 선택을 했다.

원 구성 협상은 결렬됐지만 할 일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회 운영은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협상 결렬 뒤 야당 국회의원의 역할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은 평가할 만하다. 상임위에 참여해 3차 추가경정예산안과 처리가 시급한 법안들은 6월 임시국회 회기 내 통과될 수 있도록 협조하기 바란다. 국회 권력을 싹쓸이한 여당은 독주의 시작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 맏형으로서 야당에 많이 양보하고, 법안 처리에 있어서 시간이 걸려도 야당을 끝까지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추경안과 주요 법안이 처리되면 야당과 협상을 재개해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을 당초 계획대로 여야 11대 7로 되돌리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 협치는 힘이 센 쪽에서 먼저 양보해야 이뤄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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