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창문으로 검찰 관계자들이 지나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검찰은 지난 26일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라고 권고함에 따라 수용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 여부와 관련해 검찰의 명예까지 거론하면서 검찰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검찰 개혁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명분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판해 왔다. 그러면서 특정 사안에 대해 집권여당이 검찰을 겨냥해 ‘이래라 저래라’ 주문하는 것은 자기모순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26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고, 따라서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은 권고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이번 권고가 검찰에 수용되면 재벌 일가라는 이유로 명백한 범죄 혐의에 관한 법의 심판을 피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용진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수사심의위는 그야말로 권고에 그쳐야 한다”며 “대한민국 헌법과 법체계에서는 검찰이 기소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니 검찰이 자신의 명예를 걸고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특히 “검찰이 기소조차 못 할 수준의 수사를 한 거라면 수사 책임자인 윤석열 총장이 책임지고 관둬야 한다.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익표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수사심의위 결정이 국민적 여론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조금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대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권고는 권고이기 때문에 국민적 여론을 좀 더 들으면서 판단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민주당 의원들이 연일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윤 총장을 압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특정 사안과 관련해 원하는 바를 검찰에 주문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 검·언 유착 논란이나 검찰 개혁 이슈와 관련해 검찰 내부를 강하게 비판하다가 이 부회장 기소와 관련해서는 ‘검찰의 명예’까지 거론하며 힘을 실어주려는 모습이 이중적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검찰의 기소 여부에 대한 사후 판단을 할 수는 있겠지만, 사전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검찰에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면서 정작 자신들이 정면으로 어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여당 의원들이 문제 삼은 수사심의위 제도는 검찰 자체 개혁 방안 중 하나다. 검찰의 기소 독점 견제 취지에서 도입됐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수사심의위 제도 자체의 허점이 있는 것은 맞다. 1년7개월 동안 수사 내용을 외부 전문가들이 반나절 만에 판단한다는 게 납득이 어렵긴 하다”면서도 “그러면 이 제도 자체의 개선할 부분을 지적해야지 제도 자체가 잘못됐다고 하는 건 방향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공약은 지키려고 하면서 왜 비슷한 취지의 제도는 불리하다는 이유로 안 지키려고 하는지 의문”이라며 “상황 유불리에 따라 판단이 뒤바뀌는 편의주의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여권에서 나오는 대부분 검찰 관련 메시지가 이른바 ‘기승전 윤석열 흔들기’로 흐르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마치 여권이 계속 윤 총장을 코너로 모는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며 “검찰과 법무부 갈등을 부각시키고 여당이 윤 총장 거취를 계속 언급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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