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하고 있다. 박 의장은 본회의를 개의하면서 “국민과 기업의 절박한 호소를 더 외면할 수 없어 오늘 원 구성을 마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여야 원내 지도부가 29일 한 달 넘게 끌어온 원 구성 협상 타결에 실패하면서 협상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5차례나 본회의를 연기하며 중재에 나섰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야 지도부는 원 구성 파행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며 거칠게 비난전을 이어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오전 마지막 담판을 가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박 의장은 오후 2시 예고했던 대로 국회 본회의를 열어 통합당 몫 상임위원을 강제 배정한 뒤 11개 상임위원장 선거를 강행했다. 통합당·정의당·국민의당 의원 등 116명이 투표에 불참하고 민주당과 군소 범여권 정당만 참여했다. 박 의장은 “국민께 참으로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야의 막판 협상이 결렬된 과정을 설명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따라 18개 상임위원장 중 정보위원장만 남았다. 정보위는 다른 상임위와 달리 국회의장이 임의로 위원 배정을 할 수 없다. 국회법에는 정보위원은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로부터 해당 교섭단체 소속 의원 중에서 후보를 추천받아 국회부의장 및 각 교섭단체 대표가 협의해 선임해야 한다. 야당 몫 국회부의장에 내정된 정진석 통합당 의원이 부의장을 맡지 않겠다고 나서면서 앞으로 정보위 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날 밤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절충안을 마련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극적 타결에 대한 기대가 흘러나왔다. 박 의장은 최대 쟁점인 법사위원장을 2년 뒤 집권당이 우선 선택하는 중재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제안한 한명숙 전 총리 수사 과정 법사위 청문회 및 윤미향 의원과 이용수 할머니 갈등으로 불거진 위안부 피해자 합의·후속조치 관련 국정조사를 수용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최종 결렬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최대한 양보를 했으나, 통합당은 상임위원장을 배분받지 않겠다고 통보해 왔다”며 “국회 정상가동과 3차 추경을 위해 (민주당 상임위원장 독점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합의안을 뒤집었다는 주장도 내놨다.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부결) 이유는 김 비대위원장이 과도하게 원내에 개입해 (그런 것 같다)”며 전날 가합의가 막판에 뒤집혔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도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년 대선 후 집권여당이 법사위원장을 갖는 안에 대해 “너희가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있으면 그때 가져 가봐라는 비아냥으로 들려 엄청난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페이스북에는 “국회의장실 탁자를 엎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의장이 상임위원 명단을 내라고 독촉한 것에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여당에서 제기된 김 비대위원장 개입설에 대해 “근거 없이 제1야당 대표의 개입을 운운한다”며 “허위사실로 내부 분열까지 획책하는 여당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맞받았다.

김용현 박재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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