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사회활동을 중단시키다시피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기회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서비스가 곳곳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주로 20, 30대였던 언택트 이용자가 구매력을 가진 40대 이상 연령층에서 크게 늘고, 물품 구매가 주를 이뤘던 서비스 영역이 업무, 학습, 운동, 미용, 취미활동 등으로 확대됐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와 그로 인한 습관 변화라는 환경 속에서 언택트는 새로운 소비영역, 소비층으로 침투해 깊게 뿌리 내리고 있다. 언택트는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주요 생활방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19가 키운 언택트

언택트에 날개를 달아준 건 역시나 코로나19다. 기존 언택트는 스마트기기 활용에 능숙하고 비대면 소비에 익숙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성장해 왔다. 기성세대라고 언택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코로나19 시대에 포착되는 특징은 해당 연령층 이용자가 어느 때보다 크게 늘었다는 데 있다. 전 같았으면 두말할 것도 없이 은행 창구를 찾았을 노인도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다. 한 40대 후반 직장인은 “어머니가 코로나19 때문에 집 밖에 못 나가셔서 모바일뱅킹 방법을 가르쳐드렸는데 이제는 그게 편하다고 은행에 안 가신다”고 했다.

40대 이상 이용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언택트 시장은 새로운 확장 국면을 맞았다. 중장년층은 경제력을 기반으로 언택트 소비에 동참하며 전자상거래업체의 주요 식품 매출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티몬’의 경우 올해 1분기 50대 이상 소비자의 간편식품 구매가 매출액 기준으로 158% 늘고, 건강식품 구매는 140% 증가했다. 음료와 신선식품 구매는 각각 128%, 105% 늘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권세환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20, 30대가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가운데 구매력 높은 40, 50대의 참여가 자연스레 이뤄지면서 언택트 마케팅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사태 본격화 이후 그동안 직접 보고, 만져보는 오프라인 소비에 익숙했던 50대 이상 중장년층도 비대면 서비스를 경험하며 새로운 소비 행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층 확대와 함께 언택트 소비는 그동안 온라인 침투율이 낮았던 상품군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상품군별 소매판매액 대비 온라인쇼핑몰 거래액 비중을 보면 지난해 1분기 11.4%였던 음식료품은 올 1분기 15.3%로 늘었다. 실물을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경향이 강한 의류와 신발·가방은 각각 22.6%, 27.5%에서 29.0%, 37.1%로 확대됐다. 온라인 거래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음식 서비스는 전년 동기 대비 거래액이 올 1분기 76.7%나 늘고 농축수산물과 음식료품도 각각 46.7%, 40.2%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상품군의 온라인 거래액 증가율 16.6%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언택트는 계속된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5월 초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0% 이상이 코로나19 시대 이후에도 비대면 물건 구입과 동영상 플랫폼 이용 증가 등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비대면 물건 구입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응답자는 10, 20대는 물론 60대 이상까지 전 연령대에서 60%를 넘겼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김태환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선호가 강했던 계층도 온라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며 “가능한 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거리두기 소비가 확산되면서 제품 판매와 서비스 제공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위원은 일부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이 도입한 ‘드라이브스루’(차에 탄 상태로 이용하는 서비스) 방식이 확산되고 국내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되던 무인점포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소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 서비스와 예약제 운영, 공용공간 축소, 개인이나 소수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 제공 등 기존과 차별화한 운영 방식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크게 느끼는 중소형 점포를 중심으로 무인 주문방식 도입이 빨라질 가능성도 높다. 무인 키오스크의 월 대여료는 평균 20만원으로 직원 1인당 월급 179만원의 8.9% 수준이다.

권세환 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생필품을 중심으로 기성세대의 온라인 유입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인터넷 쇼핑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촉진될 전망”이라며 “원격수업, 원격의료, 원격회의 등 신속하고 저렴한 양질의 리모트 서비스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전통 상인과 임시일용직 등은 생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제품 판매와 서비스 방식의 변화는 기존 핵심 업종을 쇠퇴시키고 매장 입지에 대한 선호도를 바꿀 것으로 본다. 김 위원은 “온라인 거래 확대로 해당 업종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 여건이 나빠지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업종이 마땅치 않아 공실 증가 등 상권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관계에 대한 단절과 고독, 디지털 소외계층 문제도 언택트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로 지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를 보면 70세 이상 연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35.7%에 그친다. 권 위원은 “언택트 트렌드 이면에 숨겨진 디지털 정보격차 같은 문제들은 언택트 사회로의 안착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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